교양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등록일 : 2023.10.12

 

과학기술의 계급성.png

 

우리는 앞서 과학과 기술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있어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지식을 생산하는 행위자들의 집합인 과학 공동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 과학 공동체를 보다 엄밀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문제 해결 결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행위자 집합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학 공동체는 분과 학문별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구성원은 공통의 ‘지식 데이터베이스’ (학문과 지식의 총체)를 참조한다.

 

그리고 과학 공동체는 많은 경우 1)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문제는 어떻게 공식화되어야 하는가? (정의), 2)현 단계의 지식수준에서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있는가? (해결 가능성), 3)그 문제는 어떻게 풀릴 수 있는가? (해결 방법), 4)어떤 지식이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에 적용될 수 있는가? (지식의 유효성과 신뢰성), 5)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해결 주체) 등과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해결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과학 공동체는 지식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생산할 수 없으므로 사회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모 사회는 과학 공동체가 지적/물질적 복리에 기여하기 때문에 자원을 제공한다. 모 사회와 과학 공동체 간의 가상의 사회적 계약이 바로 과학 공동체의 존재론적 필수 조건이자 근거가 된다. 사회로부터 지원을 유지하고 공공복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사회와 과학 공동체 간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이 인터페이스는 크게 과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수용하고 그들에게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학과 출연연 등을 포함한 연구조직과, 펀딩 에이전시와 같이 자원 배분을 담당하기도 하고 연구와 연구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을 담당하기도 하는 매개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에 대한 사회적 기대, 연구를 위해 제공되는 자원, 연구를 통한 공공복리에의 기여 등은 이러한 조직과 그 조직을 지배하는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조직과 제도를 통칭하여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이라 한다. 

 

과학 공동체와 모 사회는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조적으로 결합하고, 필요 자원과 지적/물질적 복리를 교환하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과학 공동체와 근대 사회는 특정한 형태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을 발전시켰다. 과학 공동체와 사회와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으로서의 각국의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은 역사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본주의 국가의 보편성과 일반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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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매일노동뉴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국가 R&D 총예산 중 정부 R&D 예산이 20~30%, 기업과 민간이 70~80%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과학지식 생산에 있어서 총자본과 개별자본들의 역할 분담이 그 정도 수준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 수치들로부터 간단한 질문이 나온다. 개별자본이 노동계급에 필요한 과학 지식은 자본을 투여해 개발할 리 만무하고, 그렇다면 총자본은 노동계급에 필요한 과학 지식을 어떻게 얼마만큼 생산하는 것일까, 과연 생산하기는 할까? 과학 지식의 보편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노동계급이 필요로 하는 과학 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노동계급이 필요한 과학 지식을 스스로 생산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출처 : <노동자신문>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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