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김정호 (편집위원) 번역
등록일 : 2023.12.16
디에고가르시아섬.png
디에고가르시아섬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월 7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디에고가르시아섬에 있는 '중요한' 영-미 인도양 공군기지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영국이 섬이 있는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캐머런 총리는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블링컨은 워싱턴이 차고스 제도에 대한 영국의 영유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인정'이라는 단어는 흑막, 불공정,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차고스 제도의 귀속 문제를 둘러싸고 영국과 미국이 정치적 거래를 했거나, 하고 있다는 것을 즉각 짐작케 한다. 그것은 매우 더러우며 볼썽사납다. 블링컨과 캐머런이 감히 대놓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차고스 제도의 주권은 영국에 속하지 않고 모리셔스에 속한다. 이는 유엔총회 결의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로 공식 확정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일반적 공감대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미 2019년 유엔 결의안은 영국이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6개월 이내에 모리셔스에게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은 '늦장'을 부리면서 오늘날까지 미루고 있고, 앞으로도 미루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원래 지난해 11월 영국과 모리셔스는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해 모리셔스 측에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 영국은 또 다시 변덕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서 협상은 속임수로 바뀔 것이라는 징후가 다분하다.

 

차고스 제도는 아프리카의 마지막 영국 식민지이자 식민주의자의 마지막 '버티기'로 간주된다.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200년 이상 점령했으며 차고스 제도 원주민에 대한 폭력, 약탈, 기만과 같은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를 200년 이상 계속했다. 식민지 제국 간의 전쟁 결과인 1814년 영국이 조직한 연합군이 나폴레옹을 격파한 후, 차고스 제도를 포함한 모리셔스를 공식적으로 식민지로 만들었다. 모리셔스가 독립을 추구할 때 영국은 차고스 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도록 모리셔스를 유인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이 바로 이때 등장했다.

 

차고스제도.png
차고스제도

 

영국은 1965년 차고스 제도를 강제로 '매수'했고, 이듬해 이 제도 중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 섬을 미국에게 '선물'로 넘겨주면서 심각한 인도주의적 참사를 빚었다. 영국 당국은 섬을 비우라는 미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과 식량을 끊고 식량을 반입하는 선박을 금지시키는 등 인위적으로 기근을 조성해, 섬의 원주민 2000여 명을 조상 대대로 살던 집을 떠나서 천리 떨어진 모리셔스 본토와 세이셸로 달아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섬 주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차고스 섬의 원주민과 모리셔스는 영국 고등법원, 유럽인권법원, 유엔 관련 법원 및 기구를 통해 정의를 되찾고 싶어했다. 그들은 2019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법적 측면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한 후 일이 더욱 복잡해졌다. 디에고가르시아 섬은 미군의 인도양 상의 '불침 항공모함'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대한 폭격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이 최근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렇듯 디에고가르시아 섬은 미군의 가장 중요하고 신비한 해외 자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아직 반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  미국의 눈치까지 보게 됐다. 미국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영국은 반환하고 싶어도 반환할 수 없다. 영-미는 이 섬이 미국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으며, 심지어 중국이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이상한 이유를 들고 있다. 이는 마치 남의 물건을 뺏았은 후 나한테 중요하니까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인가? 차고스 제도 문제에 있어 영국과 미국은 늘상 입에 올리는 인권, 국제 규칙, 도의, 국제법을 통째로 짓밟았다.

 

영-미 양국은 한 발을 21세기에 들여놓았지만, 다른 한 발은 아직 19세기에 남겨두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가치관 동맹'의 저변을 다시 보게끔 만든다. 지금은 2023년인데, 이들 두 앵글로색슨 신-구제국은 많은 국제 문제에 있어 제국주의 시대의 방식을 취하려 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국제 규칙'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약한' 모리셔스가 아니라, 수많은 각성 중인 개발도상국이다. 옳고 그름은 이미 진작부터 미국과 영국 같은 강권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2023.12.09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FgAtE6mR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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