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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광이”가 대통령이 되었다?  저 멀리 아르헨티나의 이야기다.

 

지난 11월 19일의 결선투표에서 페론주의의 마싸(Sergio Massa)를 12% 정도의 득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달 10일에 취임하는, 극우 신자유주의 선동정치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별명이 “미치광이(El Loco)”라서 하는 말이다. 풍만한 머리칼(가발?)이 언제나 헝클어져 있어, 본인은 ‘사자(獅子)’를 자처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미치광이”라고 애칭한다지만, 정부지출을 잘라버리겠다며 벌목용 체인톱을 휘두르고 다니는 등 선거운동 중에 그가 보여준 기괴한 행태들은 그가 간데없는 미치광이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표만 된다면 되는 말 안 되는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 것도 물론 미치광이 증세다.

 

하비에르밀레이, 페론주의 비판하며 아르헨 대통령  당선 
중앙은행 폐쇄·국유기업 민영화 등 괴이한 주장 내세워
좌우익 포퓰리즘,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와 격화의 소산  

 

주지하는 바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지금, 예컨대, 인플레이션률이 140%를 넘고, 인민의 40% 가량이 극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경제ㆍ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바로 이 심각한 위기야말로 저 “미치광이”가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인데, 그 때문에 그의 핵심 공약은 돈을 마구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폐쇄, 자국의 통화 페소(peso)를 폐기하고 미국의 달러를 자국의 법정통화로 사용할 것이며, 이런저런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조치들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여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맨 먼저 천명한 것은, 국유 에너지 기업의 사유화 등, 팔 수 있는 모든 국ㆍ공유 기업들을 모두 시장에, 즉 재벌들과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들에 판매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우선, 저 극우 밀레이 정부는 자신들의 ‘공약’ 혹은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까? 국ㆍ공유 기업의 사유화야, 노동자ㆍ인민의 저항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실현하지 못할 결정적인 장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핵심적 조치’(?)일 중앙은행의 폐쇄-페소화 폐기-달러화(化) 등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여러 부르주아 언론조차 밀레이는 자신의 그러한 정책들을 뒷받침해 줄 의회의 기반도 없고, 법원이 그러한 조치를 인가해 줄 것인가도 불분명하며, 통화의 달러화를 위해 필요한 달러 자체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그리고 인민대중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지출의 대폭 삭감’ 문제에 이르면,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저항은 더욱 거세게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삭감의 주요 내용인즉슨 실은 페론주의 정부가 그간 실시해 온 여러 형태의 사민주의적ㆍ포퓰리즘적 생활보조금의 삭감ㆍ폐지여서, 이는 인민의 생활을 곧바로 옥죄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르주아 정파 간의 어떤 야합, 대중 기만ㆍ억압을 통해서는 밀레이 정부가 자신들이 ‘공약’한 정책들을 모두 실현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과연 아르헨티나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생활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질 것인가? 결단코 그럴 수 없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진단에 의한 근본적으로 잘못된 처방이기 때문이다. 밀레이의 처방들은 분명, 아르헨티나의 현 위기는 소위 ‘좌익’ 포퓰리즘이라는 페론주의, 즉 그 페론주의적 정책들이 초래했다는 진단에 근거해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과연 진실인가?

 

아니다. 저들의 그러한 진단은, 문제의 근본ㆍ본질을 보지 못하는, 그리고 보려고 하지 않는 저들의 계급적 한계, 계급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진단이며, 원인과 결과를 정반대로 파악한 진단이다. 위기가 페론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저 심각한 경제적ㆍ사회적 위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위기 그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미제국주의의 지배, 즉 미제에의 종속으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 고유한 전반적 위기의 격화로 인한 것이다.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현 위기, 그 심각한 위기에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페론주의는, 그 위기 자체의 원인은 아니지만, 그 위기를 심화ㆍ증폭시켜온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페론주의는 왜 위기를 심화ㆍ증폭시키는 것일까? 

 

이른바 ‘좌익’ 포퓰리스트들 즉 민중주의자들인 페론주의자들 역시 (독점)자본가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어서, 저들 극우 밀레이 무리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 그 자체, 즉 자본주의적 생산의 운동법칙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또한 거기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은 채, 소부르주아적 선의(!)로만 그 위기를 해결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제의 뒷마당이라는 그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다소 일찍 닥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위기는 조만간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닥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그것의 운동법칙의 관철인데도,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지와 환상에 기초한 자신들의 소망과 의지가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을 제어ㆍ수정할 수 있다는 듯이 덤벼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좌ㆍ우익 포퓰리즘은 모두 자본주의의 격화된 전반적 위기의 자식들이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에서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그리고 트럼프 무리의 득세마냥 미국 등에서도 좌ㆍ우익 포퓰리즘이 권력을 장악하고 극성을 부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ㆍ사회 체제의 전면적 위기가 다시금 급격히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는 “미치광이”가 집권했지만, 그 기괴한 행태를 별도로 하면, 극우 파씨스트의 집권은 결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노동자ㆍ인민이 현시대 위기의 근본 원인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는 한, 그리하여 그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그 자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에서나 어떤 미치광이 극우 정권, 어떤 파씨스트 정권이 등장하여 노동자ㆍ인민을 전쟁의 재단에 바치고, 끝내는 인류의 공멸을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우리가 처해 있는 심상치 않은 국내ㆍ외 정세에서 많은 사람이, 막연히든 조금은 진하게든, 그러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아닌가?

 

그러면 우리 사회의 노동자ㆍ인민 운동은, 특히 선진노동자들은 이러한 불길한 정세 전개에 정확히 대응하고 있는가? 누구도,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시한, 이 나라의 파쑈적 억압에서 그 정확하지 못한 대응의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른바 ‘진보정치’ㆍ‘진보정당’ㆍ‘진보연합’ 등에서부터 그 정확한 대응을 찾고 싶을 것이다. 예컨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정당’이니, ‘정책연합당’이니, 등등을 운운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 사회에서는 사실은 그럴 전망조차 없지만, 설령 그러한 소위 ‘진보적’ 정치가 가장 좌익적으로 실현되어 그들이 집권하고 이 사회를 경영한다고 해서 과연 이 사회의 노동자ㆍ인민이 겪고 있는 광범한 빈곤과 고통, 연간 2천 수백 명에 달하는 산재 사망, 연간 1만 수천 명에 이르는 자살의 문제 ― 그러한 빈곤ㆍ산재ㆍ자살 천국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다름 아니라, ‘핑크 타이드’의 저 남미 국가들, 예컨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룰라 정권 등 브라질 노동당의 치적, 그리고 붸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등이 그 답을 줄 것이다. “결코 아니다”라고!

 

자신들의 선의의 주관과 상관없이 독점자본과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몰과학적인 소부르주아 정치로서의 소위 ‘진보정치’는, 오늘날 저 남미 국가들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위기를 심화시키는 길이지, 그것을 해결하는 길이 결코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선진노동자들은, ‘진보정치’라는 망상을 버리고, 문제의 근원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원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


출처 : <노동자신문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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