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전면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쳐야
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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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  때  모습

 

1. 역사의 주인공은 민중

 

현재의 정세는 변혁적 정세를 예고한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변혁을 향해 나서도록 고취해야 할까? 당연히 그러하다. 지금처럼 극소수 재벌들이 경제의 명맥을 틀어쥐고 대부분의 부를 좌지우지하며, 그들 소수집단의 초과이윤을 위해 대다수 절대 민중은 비정규직과 하청부품사 노동자로, 혹은 파산 직전의 자영업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는 더 이상 민중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기존 정치권 또한 이러한 한국사회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의지와 동력을 상실하였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직접 나설 때라야 비로소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을 이룰 수 있다. 그를 위해선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적극적 행동을 고취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선 낡은 집을 허물어야 하듯이, 대중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 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하며, 앞장서 그 길을 인도하여야 한다. 역사는 오직 다수 대중이 직접 행동으로 나설 때만 바뀔 수 있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권은 대중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올해 소위 ‘3대 개혁’(노동, 국민연금, 교육)을 추진하고 그중 노동개혁을 제일 먼저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화할 계획인데, 사안별로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파급력이 달라 “각각 추진 시기를 달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예컨대 근로시간 등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올 상반기 내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파견과 대체근로 등은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이라 사회적 대화를 거쳐서 방향성을 잡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이란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가혹한 착취 강화를 의미한다. 노동자들을 주 당 92시간까지 살인적 노동을 감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동시간 유연제 도입, 비정규직을 무한정 확대하는 파견근로법 개정,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 ,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용자 자율성의 제고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매일 6명씩 죽어나가는 산재왕국 대한민국의 ‘불명예’ 벗기에 대한 방기, 파업 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기, 자본가의 평점에 목숨 걸게 만드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을 의미한다.

 
이처럼 총체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한 윤석열 정권의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은 이미 지엽적이거나 개별적 차원이 아닌 ‘제도적, 구조적’ 성격을 띠어가고 있다. 즉 지금까지 노-자 관계의 관행 및 균형을 깨트리는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노동시간이나 임금형태(직무성과급제), 공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노동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영역을 건드리면서 계급 전반이 얽혀 들어가는 식으로 쟁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어떻든지 간에 윤석열 정권이 이처럼 ‘제도적 차원’에서 손을 보겠다고 나선 것은, 노동진영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던 참에 뺨맞는 격이다. 그동안 분산적으로 진행되어 좀처럼 힘이 집중되지 못했던 터에,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나아가 2100만 노동자들이 모처럼 윤석열 정권에 맞서 노동탄압 저지라는 단일한 목표로 단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또한 그동안 합법적인 틀에만 안주하면서 맥없는 투쟁으로 일관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 부터는 좀 더 과감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진영은 이 기회를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립전선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노조의 회계투명성을 들먹이며 노동진영 ‘도덕성’에 먹칠하는 작업으로 여론의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수법은 과거 노무현 정권이 2005년 대기업 취업비리 사건을 일으킬 때 이미 써먹은 적이 있다. 실제 요즘 현대자동차에선 현 안현호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모 간부가 2017년 경 자기 조직 도장과 현대차지부 인장을 도용하여 건축업자의 분양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수억 원의 커미션을 받은 사건에 대해, 검찰이 경찰로부터 수사권을 인계받아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마 조만간 이 사건을 터트리면서 ‘귀족노조’ 뇌물비리 사건으로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상반기에 터져 나올 살인적 물가인상에 대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소위 ‘노동개혁’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 할 것이다. 물론 ‘법대로’를 강조하는 윤석열 검찰권력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설 것이다.


이러한 예상되는 적들의 공세에 맞서 우리는 우선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모하고 저돌적인 공격을 계획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만약 허술한 대응으로 방어선이 무너지게라도 된다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더욱 깊숙한 침탈을 자행할 것이며, 치솟는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여세를 몰아 만약 내년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자신이 이미 공언한 대로 ‘3대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합법적 파시즘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그 때 가선 제아무리 경제위기가 진척된다고 한들 대중의 적극성을 끌어내기는 더욱 힘들어 진다. 대중은 자살이나 분신 등으로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뿐,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금년 상반기에 예상되는 전투가 앞으로의 쌍방 간의 운명을 가름하게 될 분수령이 된다고 보아도 좋다.


2. 민주노총 ‘시기집중 전술’의 한계

 

노동진영은 지금까지 들어난 자신의 약점을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2022년 하반기 투쟁을 장식했던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일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산하 가맹조직들의 임단협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전형적인 시기집중 전술을 시도했다. 의료연대본부가 11월 10일, 지역난방안전지부는 11월 18일,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1월 21일,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11월 23일, 화물연대본부가 11월24일, 교육공무직본부는 11월 25일, 철도자회사는 11월 28~29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1월 30일, 철도노조는 12월 2일 등으로 파업 시기를 대충 11월 중순~12월 초로 맞추었다. 만약 이들 파업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그 규모는 14개 사업장 총 104,331명에 이르게 되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화물연대총파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와 해당 자본의 기만적인 양보로 모두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는 그간 민주노총이나 산하 산별‧연맹 조직들이 관행처럼 사용해 오던 ‘시기집중 전술’ 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점에 대해 해당 공공운수노조 기획실장 이승철씨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이번 공공운수노조의 <국가책임-국민안전 공동파업>은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부문의 노동자가 공동으로 전선 구축을 시도하고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노조의 예년 투쟁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소위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의 한계 역시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음. 즉 사업장 단위의 노사협상 결과에 따른 공동투쟁 이탈을 전제하고 준비하는 전술 운용이라는 한계에 더해, 특히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부문의 경우 오히려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전선의 넓이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지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 민주노총 주최 <2023년 정세와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신년토론회> 자료집(2023.1.5.) 인용문 중 밑줄과 굵은 글씨체 강조 표시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민주노총이 시기집중 투쟁 전술을 구사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산별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임단협을 배치하고, 사업장 교섭 후 바로 이탈하는 모습을 누누이 보고 있다”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지적 역시 맥락이 같다. (위 자료 중에서)

 

지난 해 화물연대투쟁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때도 소속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당시 임단협을 진행 중인 산하 지부, 지회들의  투쟁을 7월 22일 하루 동안 집중시키는 시기집중 방식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약간의 상징적 의미만을 제공했을 뿐, 실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싸움에는 별반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화물연대투쟁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투쟁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관성대로 과거 민주당 문재인 정권을 상대할 때와 똑 같은 방식으로 ‘시기집중 전술’에 매달린다면, 노동운동을 짓밟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드는 윤석열 정권의 침탈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염려스러운 점은, 민주노총이 여전히 이 같은 ‘시기집중 전술’에 집착하면서 그 기본 틀을 벗어나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3.1.5. 열렸던 민주노총 주최 <2023년 정세와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신년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이 제출한 2023년 투쟁계획을 볼 때 그 같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 계획서는 2월 7일 예정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될 초안의 성격을 갖는다.


사업계획의 전반부는 정세분석에 할해되었는데 그 기조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에 맞추어져 있다. 예컨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관련하여 무역적자 확대, 부동산 침체와 제조업 경기 하락,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확대, 고용한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막상 투쟁계획을 논할 때는 이 같은 ‘경제위기’ 기조와 상관없이 매년 반복되는 의제의 나열뿐이다. (아래 내용 참조) 

 

[2023년 민주노총 사업계획]

▪ 3월 투쟁선포대회⟶5월 총궐기⟶5~6월 최저임금 국민임투⟶7월 총파업⟶하반기로 이어지는 노동계급의 대투쟁으로 반윤석열투쟁을 전면화⟶2024년 총선투쟁 

 

󰋫1~3월 
▴[1월] 노동탄압분쇄-개악저지 태세,전선구축
▴[1.17(가)]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
▴[1~2월] 민주주의·노동·민생 시국회의 개최, [3월] 범국민 연대체 추진
▴[2~3월] 가맹산하조직,단위사업장 총궐기·총파업 의결투쟁
▴[3.29(가)] 민주노총 1차 중앙위원회

 

󰋫4월 생명안전 투쟁
▴[4월] 각계각층 100인 원탁모임, 시국토론회
  윤석열1년 각계각층 진단
▴[4월] 임시대의원대회, 정치방침·총선방침 결정
▴[4말5초] 임금·일자리 등 대국민여론조사


󰋫5~6월
▴[5월]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최저임금사업장 대표자회의 개최
▴[6월] 최저임금 전국 순회투쟁
   최저임금결의대회, 최저임금 대중(서명?)운동
▴전국100만 유인물 배포운동
▴노조할 권리 광고

 

󰋫7월 
▴[7.22] 평화대회
󰋫8월  8.15전국노동자대회
▴[8월] 노동자통일선봉대
▴[9월] 민주노총 2차 중앙위원회
▴정기국회 대응

 

󰋫9~11월
▴[10월] 청년노동자대회
▴[9~10월] 산별투쟁
▴[11~12월] 국회대응투쟁


 위 토론회 발표자로 참여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이 같은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새겨 볼 만하다.
우선, 총파업 시기가 7월인 것에 대해 그녀는 “2023년 연초부터 공격적 공세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2023년 7월에 2주간 생산과 물류를 멈추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잡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하였다. 필자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이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여름휴가를 앞둔 시점인 7월 중 ’총파업’을 계획하는 것은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영주 동지는 이 같은 투쟁전술이 기존 임단협 전술의 연장일 뿐, 그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윤석열 정권의 전면 탄압에 맞선 투쟁과 거리가 멀다는 점 역시 지적한다. 즉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은 각 사업장의 노사협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지, 대정권 전선을 만들고 유지하지는 못하”기에 현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압저지 보다는 “일상적인 민주노총의 산별과 사업장의 임단투로 마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는다. 


이렇게 볼 때 민주노총의 2023년 사업계획은 그 초점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저지보다는 하반기 총선준비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즉 ‘4월 정치방침/총선방침 결정 ⟶ 7월 산별 시기집중 총파업 ⟶ 하반기 총선준비’를 위한 일정으로 보여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내려면, 역설적으로 2023년 봄,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총파업이어야 한다.” 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상, 인용문들은 위 토론회 자료 중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발제)


이상의 민주노총 2023년 사업계획에 따를 경우 자칫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도 저지 못하고,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하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기 쉽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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