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 핵발전과 핵무기 하나! 당장 탈핵하라!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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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울산탈핵시민공동행동

 

요즈음 개인 노동운동사를 쓰기 위해 오래된 수첩을 뒤적이고 있다. 그러다 29년 전 오늘, 1995년 8월 11일 13시, 작고 빛바랜 수첩에 “프랑스 핵실험 중단 요구 행사(동방프리자)”라는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내용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최근까지 극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탈핵운동에 참여하면서 “핵발전과 핵무기는하나다!”를 외치며 논평을 쓰거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준비위원회 시절인 1995년에 프랑스 핵실험을 반대하는 집회를 했다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당시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에 맞선 임금인상, 사회개혁, 노동법 개정 투쟁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11월 11월 민주노총 건설을 앞두고 조직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연대사업까지 하느나 매우 바빴는데 멀리 유럽 프랑스에서 행하는 핵실험 반대투쟁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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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 핵탄투 재고 추정치 . 출처 :  FAS

 

스웨덴 외교정책 연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2024 연감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핵탄두는 12,112기, 이 중 실전 배치 9,585기이다. 2024년 1월 기준 4,380기, 미국 3,708기, 중국 500기, 프랑스 290기, 영국 225기, 인도 172기, 파키스탄 170기, 이스라엘 90기, 북한 50기이다. 

 

프랑스는 세계 4위 핵무기 보유국가다. 그뿐 아니라 핵발전소는 2022년 운영기준으로 미국(94기) 다음으로 중국과 같은 56기로 2위이다. 물론 중국이 25기를 건설 중에 있어 조만간 압도적인 2위 국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3위인 러시아에 이어 4위(26기), 일본은 12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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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환경운동연합

 

프랑스는 핵무기와 핵발전 보유 규모를 볼 때 핵강국이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는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여러 나라와 전쟁을 했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를 통해 약탈, 학살, 배제와 차별을 자행한 제국주의 국가였다. 지금은 러시아 등에 맞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원으로서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하지만 제국주의적 성격을 배제할 수는 없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 상공 600m 지점에서 ‘리틀보이’로 불리는 16킬로톤(kt)의 우라늄 핵폭탄 폭발, 8월 9일 오전 11시 나가사키 상공 580m에서 우라늄탄보다 더 위력이 큰 16킬로톤(kt)급 플루토늄 핵폭탄이 연이어 폭발했다. 두 발의 핵무기로 인한 사망자수는 조선인을 포함해 25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방사능 피폭자는 70만 명 이상이다. 그들 2, 3세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지금 지구상에 실전 배치되어 있는 9,585기 중 대부분은 79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어 폭발한 핵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공할 파괴력으로 재앙을 초래할 핵무기의 성능이 고도화되었고, 지금도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한 발이 당시는 한 도시를 파괴했다면 지금은 한 나라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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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3월  대지진으로 폭발하고 있는   후쿠시마 핵 발전소

 

우리가 핵무기와 핵발전은 하나다!라고 외치는 것은 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왔고 지금 끝나지 않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한때 자포리자 핵발전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폭발위험에 처했던 아찔한 상황을 목격한 것처럼 핵발전소는 자체 결함은 물론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또 다른 핵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도 핵발전을 통해 발생한 핵쓰레기에서 나오는 위험한 방사능을 10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대책은 없다. 그 어떤 인공지능(AI) 기술로도 해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핵발전을 폐기해야 한다.  

 

또 하나 핵발전을 통해 나오는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분리와 농축이 편리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훨씬 쉽게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어의 유래에서 볼 때 우연의 일치겠지만 ‘플루토’는 죽음과 저승의 신 ‘하데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미 나가사키에서 플루토늄 폭탄에 의한 죽음이 증명되었다. 지금 세상에서 인간과 집단에 의해 벌어지는 온갖 야만적인 행태를 보면 인류의 집단지성으로 지구상에 존재(실전배치)하는 핵무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다. 

 

1970년 3월 발효된 조약으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보유국은 자기들 외에 다른 나라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on Proliferation Treaty, NPT)’을 강요하고 있다. 자기들은 총칼을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무기를 가지지 말거나 무장해제하라는 협박이다.  

 

2017년 7월 7일, UN에서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조약을 채택했다.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주둔, 이전, 사용 및 사용 위협과 그러한 활동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금지하는 내용이다. 2024년 현재 TPNW는 93개국이 서명하고 70개국이 비준했다. 그러나 핵무기보유국 중 NPT 가입국(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과 미가입국(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한국, 일본, 호주, NATO 회원국 31개국 등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들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NPT가입국이든 미가입국이든 인류멸망의 재앙인 핵무기 경쟁을 멈추고 지금 당장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동시에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해야 한다. 한국도 미국 전술핵 재배치니 자체 핵개발이나 하는 무모한 핵(불)장난을 중단하고 국가정책을 수립해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해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전 지구적 핵무기 폐기를 대외적으로 밝혀야 한다. 핵진흥정책부터 폐기하라!

 

오늘날 탈핵운동은 기후위기 운동에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기후위기 운동과 함께 핵발전과 핵무기는 하나다! 핵발전 즉각 중단과 핵무기 폐기운동을 펼쳐야 한다. 오는 9월 7일 기후위기 행진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 지금 당장 탈핵운동에 나서자!
(2023.8.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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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주노총 부위원장

AWC한국위원회 대표

노년알바노조(준) 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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