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원배(노동당 전국위원)
등록일 : 2023.03.06

 

들어가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점증하는 위기 고조 분위기 속에서 3차 세계 대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미국 나토 연합군이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푸틴이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은 확대되고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나토 중국 러시아 등이 직접 상대방 영토를 폭격하는 3차 세계 대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거대한 영토(대륙 수준)를 가지고 있는데, 최초의 일격에 의해서 상대방 핵전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먼저 핵 버튼을 누른 자는 상대방의 핵 반격에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그런데 어떤 권력자가 핵 버튼을 누르겠는가? 


다가 오고 있는 전쟁 위기(주로 국지전)를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그러나 위기를 과장하여 과잉된 공포를 자아내 우리를 무기력감에 빠뜨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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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파괴력을 갖는  핵무기의 전면 배치는 과거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강대국 끼리의 전면전(3차세계대전)을 통한 세계자본주의 위기 돌파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1. 전 지구적 규모의 자본주의 위기에 전쟁으로 대처해 온 자본가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 시찰 중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 ‘젊은 보스니아’에 속한 19세 청년 가브리엘 프린치프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수천만 명이 사망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작금의 유럽은 화약고이고 지도자들은 무기고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다. 작은 불씨 하나가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전쟁을 일으킬 거야”  (오토 폰 비스마르크)

 

당시 왜 유럽은 전쟁의 위기에 처한 것일까? 1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지구를 식민지로 장악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상품 판매와 값싼 원료 수입을 위해 식민지는 끊임없이 필요했고, 격화된 경쟁은 마침내 전쟁으로 비화됐다. 1918년 11월 11일 1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1939년 히틀러의 벨기에, 프랑스 침공으로 다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역사적으로 1, 2차 세계대전은 하나의 전쟁이었다. 자본가들은 민족주의를 내걸고 노동자민중을 서로 학살케 하여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수많은 혁명가들과 그들 지지자들을 학살했고, 과잉된 생산설비를 파괴하여 과잉생산을 해소하였고, 전후 재건 사업을 통해 자본주의의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였다. 즉 제국주의 간의 전쟁은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해 내고 선순환의 에너지를 얻은 것이다. 

 

그 전쟁카드를 이번에는 쓸 수 없는 것이다.  초유의 사태이다.  국지전이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1, 2차 대전이 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자본주의 위기는 심화되고 과잉설비로 인한 과잉생산은 해소되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전복을 노리는 혁명가들과 그 지지자들을 대규모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자본주의 재순환의 에너지를 얻지 못하는 21세기 자본주의 세계체제,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 붕괴하지 않는다. 대안세력이 나서서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그 지독한 썩은 내를 진동시킬 것이다.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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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본주의 위기였던 대공황은 2차세계대전이라는 가공할 생산력(인력,생산시설) 파괴를 통해 그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2. 세계사회주의공화국연방으로!

 

자본주의 위기가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 위기를 해소할 전쟁카드를 쓸 수 없는 현 시기, 자본주의는 왜 건재한가? 그 이유는 1991년 소련붕괴 후 미국과 중국이 손 잡고 진행한 세계화로 인하여 노동자계급을 바닥으로 향한 경주에 몰아 넣고, 포드주의 황금기에 성취한 사회대중운동에 모든 성과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투쟁의 방향을 상실하고 각자 도생하다보니, 응집력 있는 투쟁도, 주체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구동의 핵심인 금융과 생산수단 국유화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사회주의가 난무하고 있다. 이른바 샌더스 사회주의는 사회주의 혁명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이렇듯 국유화 테제의 주장을 주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20세기 혁명 구 사회주의국가의 붕괴와 변질 때문이다. 소련을 비롯한 일국혁명 사회들은 우리가 꿈꾸던 사회주의사회는 단연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혁명가들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니다. 원래 사회주의 사회는 일국적으로 건설될 수 없는 세계적 차원의 구성체이다.

 

“5. 공산주의의 물질적 전제 조건 및 생산력 발전
이와 같은 ‘소외’ㅡ 저 철학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되는 용어를 사용한다면ㅡ 는, 두말할 나위 없이, 두 개의 실제적 전제 조건이 주어질 때만이 지양될 수 있다. 즉 그것이 하나의 ‘견딜 수 없는’ 힘으로, 다시 말해서, 그것에 대항하여 인간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될 그런 힘으로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것은 반드시 광범한 대중을 완전한 ‘무산자’상태에 처하게 함과 동시에, 
 둘째, 그들로 하여금 현존하는 부(富) 그리고 문명세계와 모순에 처하게 되는 상태로 빠지게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은 모두 생산력의 고도의 발전 수준을 다시 그 전제로 한다. 한편 이 생산력들의 발전(이는 동시에 인간이 지역적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세계사 속에서 현실적으로 경험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적 전제이다. 
즉 첫째로는 생산력의 발전 없이는 단지 궁핍만이 일반화될 뿐이고, 따라서 궁핍과 함께 필수품을 둘러싼 투쟁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 수 없어, 온갖 해묵은 더러운 일들이 다시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둘째로는 생산력의 세계적 발전과 함께 비로소 인간의 보편적 교류가 확립되고, 따라서 한편으로는 ‘무산자’ 대중이라는 현상을 모든 국가 속에서 만들어 내고(보편적 경쟁), 다른 한편으로는, 각 국가의 혁명적 변화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결국에는 지역적으로 국한된 개개인들을 세계사적이며 동시에 경험적으로도 보편적인 개인들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위의 것들 없이는 (1)공산주의는 단지 하나의 지역적인 현상으로만 존재하며, (2)교류의 ‘힘’ 역시 보편적인 것으로, 견딜 수 없는 힘으로까지 발전할 수 없으며, 미신에 둘러싸인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3)교류의 확장은 지역적 공산주의를 없애 버릴 것이다. 경험적인 면에서 예상할 때, 공산주의는 오직 ‘일거의’ 또한 ‘동시적인’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는 다시 생산력과 그와 연결된 세계적 교통의 발전을 전제로 한다.


한갓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 대중ㅡ 자본을 갖지 못하고 최소한의 욕구조차 만족시킬 수 없는, 또한 경쟁에 의해 야기된 철저하게 불안정한 위치에서, 안정된 생활의 원천인 저 노동활동을 이제 항상적으로 잃어버리는, 그와 같은 대량의 노동력ㅡ 역시 세계시장을 전제로 한다. 이렇듯 프롤레타리아가 오로지 세계사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은 그들의 행위인 공산주의가 오로지 ‘세계사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각 개인들이 세계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곧 그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세계사에 결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 《독일 이데올로기》 청년사, 박재희 역, pp. 65-67. 

 

약한 고리에서 이탈한 혁명들, 러시아혁명을 필두로 20세기 혁명들은 낮은 생산력 상태였고, 전쟁의 포화 속에 망가져 있었다. 스스로 서 있기에도 힘든데, 제국주의국가들은 신생 일국 사회주의국가들을 봉쇄하고 침략하고, 반동세력들에게 돈과 무기를 지원해 내전을 유발해 사회주의 체제의 전망을 망가뜨려버렸다. 제국주의 갈등으로 인한 틈과 일국 이탈한 국가들이 대륙 수준으로 자기완결성을 갖고 있고 인민의 의지가 모여 그나마 유지해 왔지만 붕괴와 변질을 막을 수 없었다. 21세기 지금 우리의 혁명은 세계사회주의공화국 연방으로 가야만 한다. 더욱 촘촘해진 자본주의는 일국적 이탈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말고 한발을 더 내딛자!

 

3. 자본의 적은 자본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자본가를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분석해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자본주의는 양 측면을 갖는다. 낡고 우중충한 봉건제의 족쇄를 깨부수고 거대한 생산력을 해방시키며, 제한적이지만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원숙해지면 스스로 질곡으로 갇힌다. 그 첫 번째는 과잉된 생산과 소비력의 고갈이 맞물리면서 공황을 일으키고 공황 타개책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두 번째는 자본간 경쟁으로 잉여가치의 유일한 원천인 ‘산 노동’을 노동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자본제 유지의 토대를 상실하고 만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자동화 생산에서 AI의 등장은 자본주의 활력을 빼앗아가며 소비력의 고갈로 이어지고 과잉 생산 공황에 인류를 허덕이게 만든다. 위 두 가지 상황의 급격한 진척은 자본의 위기를 급격히 고조시키기에 전쟁으로 타개해야 하나, 전쟁이 불가능한 현 시기 특성상 변혁으로의 진군만이 해결책이다. 

 

맺는 말

 

2023년 현재의 정세는 놀라울 만큼 복잡하고 하루 하루의 변화 또한 어지러울 정도이다. 이런 시기 정세를 분석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어려움이 따른다. 나는 이글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려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다.

 

첫째 강대국간의 전쟁이 왜 불가능하며, 그 불가능이 경제정치 혁명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너무 평범해 보여 아무도 다루지 않는 주제, 그런데 이 주제야 말로 현 정세분석의 핵심이다.

둘째 과잉설비 과잉생산에 따른 소비력 고갈과 자동화 AI로 인한 실업의 만연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쟁이 불가능할 때 타개책은 무엇인가? 세계사회주의공화국 연방으로 침로를 설정하자! 그 길만이 전 지구적 규모의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편집자주: 위 글의 견해는< 울산함성>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위 글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투고를 환영합니다. '논의 활성화'라는 창간 취지를 살려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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