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반노동자적 판결, 과연 우연인가?

 

지난 3월 6일 울산지방법원에서 두 건의 현대중공업 사망사고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한 건은 정규직 노동자가 사내에서 지나가다가 미끄러진 철판에 가격당해 사망한 사건인데, 법원은 현대중공업 측에 벌금 2천만 원, 현장관리자 벌금 800만원 등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판사는 “레버플러 구속 상태가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실시했고, 작업장소에 다른 노동자의 출입을 금지시켜야 함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히면서도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다. 같은 날 같은 판사는 하청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주), 조선사업본부장, 하청업체 대표 등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다. 


이에대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최기철 부지부장은 “오늘부로 사법부는 죽었습니다. 평등의 가치를 가장 중시해야 할 사법부가 자본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라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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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8일 곽상도 전의원의 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법부는 그 이후에도 노동자사망사고에 잇따른 무죄선고를 내렸다. 반대로 합의를 위반하고 강제철거를 강행한 노점상 단속에 저항한 노점상연합 위원장 등 간부들에게는 징역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이루어진 판결을 보면 사법부의 가진자들 편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위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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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조합원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법무법인   대평양 출신  판사의   1심을 뒤집는 무죄판결에  항의해  시위하고 있다. 

 

심지어 2월17일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원청 대표이사(하라노 타케시)와 하청 경영진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의 경우, 판결을 내린 대구지법 제4형사부의  주심판사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법관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민사재판에서 아사히글라스 사측을 변호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내린 판결은 당연히 사법부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런 경우는 통상적으로 검사가 ‘법관기피신청’을 내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법관 자신도 회피하지 않은 상황에서 1심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동의 한 국회도 규탄 대상   

 

이런 편향적인 재판의 징조는 그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4일 국회는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석 276명에 찬성 220표, 반대 51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 당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800원 자판기 커피 값을 횡령으로 몰아 버스노동자를 해고한 판결을 내렸던 사람이다. 반면에 85만원 향응접대를 받은 검사에게는 무죄판결을 내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그가 반대 51명이라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대법관이 된 것이다. 과반수를 훨씬 웃도는 의석을 가진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통과되었음은 물론이다. 말로는 수 없이 사법개혁을 외치던 민주당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갈수록 편향이 심화되는 판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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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판결을 하겠다며 도입한 변호사 경력의 재판관 임용현황을 보면 극단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대형로펌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위표). 특히 2022년 결과에서는 7대로펌 출신 변호사 비중(50명, 37%)이 검사·국선변호사·국가기관출신(35명)에다 재판연구원(11명)을 합친 숫자보다 많았다. 2022년 경력 5년 이상 7년만 법관임용자 95명 중 18명(18.9%)이 김&장 출신이었고, 7대 로펌으로 범위를 넓히면 42명으로 44.2%를 점했다. 대형로펌 출신 판사에게서 공정판결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다. 
           
기울어진 사법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과 판결은 애초부터 공정하지 않다. 공정을 가장하지만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철벽처럼 보호하는 국가 폭력이 존재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폭’이 그 사례이고, ‘검폭’을 비난하는 민주당 역시 오석준 임명동의안 전폭 지지에서 보았듯이 노동자·민중에게 가해지는 재판을 가장한 국가폭력에 똑같은 가해자일 뿐이다.    

 
70년대,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법과 재판에 대한 저항은 정당했고 긍지를 갖고 실천했다. 재판받는 양심수들은 재판대에 올라 판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으며, 그럴 때마다 판사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사형 판결을 받은 사람은 “영광입니다”라며 판사를 오히려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제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환호하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비난하는 민주당 식의 ‘법치주의’에 대해 진지한 평가가 필요한 때이다.  너무 힘들고, 조직된 힘이 없어 실 낱 같은 재판부의 공정판결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것은, 윤석열 정부 하에선 더욱 부질없는 일이 되고 있다. 이제 당당하게 기울어도 너무 기울어진 재판에 저항하는 실천투쟁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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