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3호> 2020. 9.23
등록일 : 2023.01.19

[ 연재 마지막 편으로 현대차가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원인을 짚어보고,  2025전략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기술도입 협약’에 불과한 앱티브와의 자율주행 합작

 

앞서 현대차가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전기차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GV80이 자율주행 2.5 단계를 구현한다고 하지만, 구글 웨이모나 GM 등 세계 선두업체들은 이미 4단계를 넘어 부분 상용화를 실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비교할 때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자율주행 수준은 아직 연구실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중 어디까지가 자체개발인지도 불확실하다. 뒤처진 자율주행 기술은 국제협력을 통한 해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대차는 이를 위해 2018년 오로라와 20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협력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각기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하여 지분 50%씩을 갖는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현대차가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 데 반해, 앱티브는 단지 지적재산권만을 투자하였다. 아무리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한들 이러한 앱티브와의 협력은 본질에 있어선 ‘기술도입 협약’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오랜 시간 공 들여쌓은 자신들의 핵심 기술을 순순히 넘겨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R&D 투자 경시한 현대차

 

그렇다면 현대차는 지금 왜 이렇듯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을까? 현대차가 미래차에 대한 준비를 늦게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00년대 초부터 현대차도 다른 국제 자동차 메이저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차에 대한 관심을 나름대로 가져왔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점점 더 세계 선두주자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간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집중해온 전략상의 오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구개발투자에 소홀히 한 점을 들 수 있다. 
미래차 경쟁은 기술경쟁이며 또 그것은 누가 기술 투자를 많이 하느냐에 일차적인 승패가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는 다른 세계 일류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R&D 투자의 규모나 비중에 있어 매우 부족하였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규모면에서 보면,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예컨대 영업이익률이 4%대로 양호하였던 2017년에도 현대차의 연결기준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6%이었다. 이는 폭스바겐, 도요타의 5.7%와 3.8%에 비해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그 절대액수를 비교할 경우 더욱 초라하다. 당해의 현대차 연구개발비 총액은 2조5천억 원으로, 이는 폭스바겐 131억 유로(약 17조원)의 15%, 도요타 1조1600억 엔(약 11조원)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듯 현대차의 연구개발비가 비중과 절대액에 있어 다른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중 절대액수는 기업규모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비중’을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이 경우 연구개발비 비중은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영업이익률, 그리고 경영진의 적극적 의지이다. 전자가 객관적 조건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주체적 조건에 해당 된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높았던 시기인 2011년~2016년에도 현대차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영업이익률이 9.5%에 달했던 2013년 현대차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1%이었다. BMW 6.3%, 폭스바겐 5.8%, 도요타 3.7% 등 다른 경쟁사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현대차가 그간 기술개발 투자를 경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진 진짜 원인- 사내이윤 유출
 

현대차는 왜 요즘처럼 자동차산업이 격변기에 들어선 때에도 연구개발투자를 소홀히 했을까? 정몽구 회장 딸 정성이가 대주주인 ‘이노션’의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고이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80%가 넘는다. 이는 원래 현대차에 귀속되어야 할 이윤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계열사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히 현대차의 이윤과 연구개발투자 여력도 그만큼 감소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윤유출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몽구회장이 11.81%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제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 표2를 보면 현대재철의 판재 판매단가가 경쟁사인 포스코보다 줄곧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포스코의 경우 열연보다 비싼 냉연강판을 비교하였음에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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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차지부   2020년 단체교섭 교섭위원   자료  중에서

 

이 외에도 현대차 총수일가가 비교적 높은 지분율을 가진 계열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갖고 있다. 예컨대,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2019년 18조2700억 원인데, 그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4.8%로 단연 업계 최고 수준이며, 전체적으로 물류회사 평균이윤율의 2배 이상 높다(표3 참조). 알다시피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70% 이상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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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대차지부  2020년 단체교섭 교섭위원 자료 중에서.  '평균'은 글로비스를  제외한 것임. 

   

또 정몽구 4.68%, 정의선 11.72%의 지분구조를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2017년도 영업이익률은 8.2%로 다른 대형 건설사와 비교할 때 수익성이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실례로 당시 GS건설은 2.7%, 프로젝트 중심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률도 0.8%에 불과했다. 2018년, 2019년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7.2%, 6%로 여전히 업계 수위에 속한다.
이처럼 원래 현대차에 귀속되어야 할 이윤의 계열사로의 대량 유출은 그간 현대차의 기술 잠재력을 심각하게 잠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계열부품사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부품업체라 자부하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파워텍은 국제적으로도 매출액에서는 상당한 상위 순위에 있다. 그럼에도 그간 연구개발비는 해외 부품업체들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낮다.(표4 참조)

 

표3  글로벌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투자 현황 (2014년 기준)           (단위: 백만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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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완성사든 부품사든 현대차그룹은 그간 모두 R&D 투자를 상당히 등한 시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대응

 

2025전략은 ‘내연기관 고수익화’를 통한 ‘추격전략’이 핵심이다. 사측은 2030년까지는 내연기관이 대세일거라고 낙관하며, 내연기관과 친환경•자율주행 기술을 적절히 배합하여 선두업체들을 차분히 추격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측의 이러한 전략이 비록 ‘분산적’인 약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사측의 실제 행동이 전략과 다른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내연기관 고수익화가 현대차의 추격 발판의 관건인 만큼, ‘성능 좋은’ 내연기관차를 ‘잘 만들어’ 가급적 ‘많이’ 팔아야 한다. 2025전략 상 내연기관 위주의 경영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에도, 사측은 마치 전기차 시대가 곧 눈앞에 닥칠 것인 양 현장을 겁주고 있다.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를 채우지 않으면서, 그 대신 비용절감을 명목으로 시니어제도와 외주화를 늘리고 있다. 
이는 명백한 단협 위반일 뿐 아니라, 2공장 GV80 디젤 생산중단에서 보듯 자칫 ‘품질문제’를 일으켜 ‘글로벌 고객선호 Top5브랜드’를 실현한다는 전략과도 상충된다. 결국 리콜비용과 함께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케 할 뿐이다. 다른 한편으론,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많이 팔겠다는 사측의 전략이 유효한 한, 남아있는 정규직들의 ‘노동 강도’는 필연적으로 강화되어 현장의 노사관계를 긴장시키게 된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사측이 과연 미래차 경쟁을 끝까지 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사측의 기술투자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통해 드러난다. 지금은 벌어들인 이윤을 한 푼이라도 미래차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뒤처진 기술을 시급히 보완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의 ‘총수연봉’은 지나치다. 계열사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윤 유출도 계속되고 있으며, 2019년 순이익 46%를 주식 배당으로 써버린 것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결국 미래차의 핵심 기술에 도전하기 보다는, 시니어 촉탁직과 외주화를 통해 남의 기술에 얹힌 ‘빈껍데기 차’를 양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뚝 서려는 모습보다도 ‘국제하청’ 업체로 전락해 가고 있는 현대차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현대차지부는 사측에 다음 요구를 제출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첫째, 사내 이윤을 대량 유출시키고 있는 재벌 총수일가 계열사로의 일감몰아주기를 즉각 중단하고, 고배당 정책을 전면 수정하라. 이윤을 미래차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라.  
둘째, 시니어촉탁직과 외주화의 확대를 당장 중단하고, 앞으로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 인원을 단체협약대로 정규직으로 대체하든지 정년연장을 실시하라. 이를 통해 진정한 품질위주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략을 펼치도록 하라.
셋째, 사측이 부품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조합 간의 연대와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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