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 ― 재벌의 구조적 문제 : ‘총수지분 축소’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5호> 2020. 11.24
등록일 : 2023.01.19

[편집자 주: 앞서 현대재벌과 현대차재벌의 성립 과정을 살펴보았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윤의 사외 유출’은 현대차 재벌을 비롯한 한국 재벌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갉아 먹는 주요 요인이다. 이번에는 그것이 근절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인 ‘총수지분 축소’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현대차 지분 2.62%로 그룹 회장된 정의선

 

얼마 전 정의선이 정식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란 무슨 직책일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 모비스라는 개별 상장사는 존재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이라는 것은 주식회사의 실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상법상 공식적인 직책이 아닌 모호한 것일 수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그룹 회장에 선출된 정의선의 현대차 지분이 겨우 2.6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룹 지배에 핵심적인 모비스 지분도 0.32%뿐이다. 이렇듯 적은 지분으로 어떻게 한국 재벌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을 지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설령 아버지 정몽구의 현대차 지분 5.33%를 물려받아도, 60%의 상속세를 내고나면 정작 자기 지분은 10%도 안 된다. 
이렇게 작은 지분만으로도 거대한 현대차그룹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마법의 비밀은 ‘순환출자’에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서로의 주식을 수십 %씩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순환출자를 잘만 이용하면 작은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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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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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그런데 총수의 지분은 왜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보기로 하자.

 

- ‘총수지분 축소’ 경향

 

사실 경영권 승계 문제가 나올 때마다 후계자의 지분이 적어서 골머리를 썩여야 하는 것은 현대차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래 표를 보면 그것은 한국 재벌 전반의 보편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는데, 이 문제의 근원은 다름 아닌 원래 총수일가의 지분 자체가 적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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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의 총수경영은 그간 수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총수지분의 구조적인 축소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기업집단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반해, 그것을 지배하는 총수일가 지분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10대 그룹 총수지분율은 1999년 1.8%에서 2018년 0.8%로 절반 이상 감소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총수 지분이 자꾸만 감소되는 것일까? 
한국 재벌에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확대재생산을 위한 자본 확충’의 요구이며, 다른 하나는 유산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 이다. 
우선 첫 번째 요인부터 보면, 자본주의사회에서 확대재생산에 대한 요구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나온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일반적으로 자본의 필요 최소단위가 커진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본 간의 경쟁 때문이다. 덩치가 클수록 유리한 것이다.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에 있어 총수일가의 지분구조에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지분축소가 발생한다. 비상장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대개는 기업규모를 신속히 확대하기 위한 자본 확충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 경우 원래 총수일가의 개인자본 보다도 훨씬 큰 사회 자본을 모집하게 되며, 이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또 각국의 주식시장 관련법은 대체로 주식소유의 사회적 분산을 장려키 위해 상장 조건으로 개별 대주주의 지분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두고 있다. 한국도 코스피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소유비율이 25%이상이거나, 공모비율이 25%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추가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총수지분의 축소가 발생한다. 기업은 사내유보금 등 자기자본만으로 부족할 경우 금융기관 대출, 유상증자를 통한 방식으로 긴급 투자자금을 모집한다. 여기서 이자부담 때문에 금융기관 대출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데, 이에 따라 유상증자 방식을 택할 경우 총수지분의 축소가 발생한다.   


셋째, 모기업-자(子)기업-손(孫)기업 형태로 기업의 지배사슬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전체 재벌 기업집단 내에서의 총수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다음, ‘재산상속’ 관련한 요인을 살펴보자. 총수일가 지분의 축소는 다음대로 이어지는 ‘후계승계’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발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상속법에 따라 유산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세금으로 받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30억 원 이상의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그 절반인 50%를 국가에 납부하게 되어 있다.(주식처럼 경영권이 관련될 경우는 60%) 이 때문에 매번 후계 상속이 일어날 때마다 총수일가의 지분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재벌은 지금 창업주로부터 ‘3대 경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와 있다. 이 경우 이미 두 차례의 상속과정을 거친 셈인데,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단순계산을 하더라도 만약 창업주가 50%의 지분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2대 때엔 25%, 3대에 이르면 12.5%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경영권승계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한국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그것을 떠받치는 재벌 규모가 커질수록, 이에 비례하여 경영권승계 작업의 어려움은 날로 커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후계승계 작업이 일찍부터 여유를 두고 장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는데, 이는 그 만큼 주력기업의 사내이윤 유출도 장기간에 걸쳐 발생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삼성그룹 이재용의 경우 일찍이 1996년 일본 게이오대학에 유학하던 무렵부터 이미 그 작업을 시작하였음에도,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이 다시금 불거진 것을 볼 때 아직 까지도 후계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최대 주주인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창립 이래 매년 업계 최고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경영권승계 문제는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 지분축소 방어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총수의 ‘지분축소’ 문제를 잘 이해하는 것은 한국 재벌경영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있어 핵심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축소되는 자신의 지분과 그것이 수반하는 그룹 지배력에 대한 약화를 막기 위해, 총수일가는 관계회사를 세워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형식으로 끊임없이 사내이윤을 외부로 유출시킴으로써 사익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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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관계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다음 세 가지 측면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즉 (1) 총수일가의 탐욕 실현 (2)총수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강화 (3) 경영권승계가 그것이다. 

현대차 역시 정확히 이러한 논리에 따라 행동하였다. 현대차그룹에서 후계승계가 이루어 질 때마다 새로운 ‘관계회사’가 부상한 사실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명예 회장 정몽구는 현대모비스(과거 현대정공)의 개인 최대 주주이며, 그는 그것을 통해 그의 부친인 정주영으로부터 현대차그룹에 대한 경영권승계를 순조롭게 이룰 수 있었다. 그의 아들인 정의선 대에 이르러서는 현대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를 만들어서, 이것으로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모기업인 현대차로부터 일감을 챙기고 이윤을 장기간 유출시켰다. 
결국 문제는 ‘재벌경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종식되지 않는 한 현대자동차는 원래 노동자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쓰여야 할 이윤의 상당부분이 총수일가의 관계사로 유출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역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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