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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방침 및 총선방침 수립을 위한 제77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지난해 9월 14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렸다.

 

 들어가며

 

이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심복인 한동훈을 비대위 위원장으로 앉히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 역시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2024년 총선까지 갈 기세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심판론’이 ‘정부지원론’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전한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진보와 변혁 진영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게 들린다. 왜냐하면 이대로 가다가는  반윤석열 투쟁의 성과가 과거 ‘촛불 항쟁’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민주당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명 지금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진보와 변혁 진영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1. 진보진영의 총선 논의

 

현재 진보진영의 총선 관련한 움직임은 크게 세 갈래로 나타난다. (1) 민주노총과 4개 진보정당 간의 연석회의 (2) 원로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 (3) ‘정의당 플랫폼’을 통한 ‘선거연합 신당’이다.


우선, 민주노총과 4개 진보정당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보자. 지난해 9월 14일 ‘정치방침/총선방침 논의’를 위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총선 전에 민주노총 주도로 ‘진보대연합당 건설’을 추진한다는 애초 안을 사실상 포기하였다. 그대신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선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9월 임시대대가 끝난 후 민주노총과 주요 산하 가맹 조직들은 하반기 임원선거 일정 때문에 ‘연석회의’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로 들어갔다. 신구 집행부 교체가 완료되는 2024년 초가 되어야 얼마간의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 등의 움직임이 잠잠해진 대신 원로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진보정치연합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가 비교적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탁회의는 지난해 11월 28일 첫 제안자 모임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주최측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원탁회의는 “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제안자모임과 제 진보정치세력과 민중·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하는 열린 진보정치 마당”이라고 성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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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인사는 권영길, 천영세, 이부영, 김상근, 함세웅, 명진, 신인령, 임헌영, 최병모, 임진택, 조성우, 박석운 등이다. 이들의 면모를 통해 알 수 있듯 원탁회의는 종교, 언론, 교육/학술, 법조, 문화예술, 노동, 농민, 시민·사회 분야를 대표하는 115명이 참여하고 있다.(2023년11월28 현재)


원탁회의의 활동 방향에 대해선 “선거법 개악 저지 및 위성정당 방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공동실천, 진보정치의 새로운 공동비전, 총선 공동 강령과 주요 정책 등 22대 총선에서 진보정치연합의 구성과 이를 통한 승리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양자-다자 대화를 통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원탁회의는 결성 이후 첫 사업으로 원로 대표들이 진보 4당(정의, 진보, 노동, 녹색당) 본사를 차례로 순방하였다. 각 당 지도부와 면담을 진행하고, 이들에게 ‘진보정치연합’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와 함께 2024년 총선 ‘진보정치연합’ 실현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으로, ‘정의당 플랫폼’ 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방안은 정의당의 비대위위원장인 김준우씨가 지난해 12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하였다.  의석 6석을 보유한 원내정당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정의당이 다른 진보정당들에게 자신을 플랫폼 정당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정의당이 주도하는 ‘진보정치연합’ 이라고 할 수 있다.


김준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 봉쇄조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정당, 노동조합, 제3지대 정치세력과 연합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여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하나의 정당명으로 대응함은 물론이고, 지도부부터 집행 단위까지 공동으로 운영하고, 총선 이후에도 의정 활동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이렇게 하면 정의당이 보유한 원내의석 6석 정당의 제반의 이점, 예컨대 국고보조금, TV토론회 참여, 후보에 대한 동일 기호 배정 등을 진보세력들이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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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다른 당의 반응은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냉랭한 편이다. 프닉스정치경제연구소 김장민씨는 정의당 플랫폼 안이 “비례만 선거연합하는 정당명부결합이 아닌" 지역출마자까지 규정하는 "일시적인 정당연합"이라면서, 지난 민주노총이 제안한 '노동중심의 선거연합정당'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때문에  지금의 진보정당의 노선과 조직의 분열 상태를 감안할 때 "이러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정의당 플랫폼’ 안에 대해  진보정당의 다른 한 축인  진보당 쪽에서는‘진보정치연합’을  제안하였다. 박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12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정당으로 들어가야 하는 최소 진보가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최대 진보”로 나아가자고 하면서,  이를 위한 방안으로  앞서 소개한  3개의 테이블을  하나로 모아 이를 새로 꾸릴 선거연합신당의 '플랫폼'으로 삼자고 역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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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회의’ 측에서 분석한 정의당 측 안과 자신의 ‘새 진보선거연합당’의 장점 비교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선거가 이제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촉박한 사정도 있지만, 진보진영의 총선 논의는 대부분 상층연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진보진영 선거 승리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현장이 진보진영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금 쟁점인 선거제가  기존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준으로 유지된다 할지라도, 진보진영의 역대급 참패가 예상된다. 앞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민주당 ‘자매정당’의 그늘에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이다. 그렇다면 현장은  왜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일까?


2. 현장은 왜 무관심할까?

 

직접적인 원인을 들면, 지난해 민주노총이 주도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총반격이 실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노동탄압분쇄 투쟁은 내부에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선, 총선방침 논의를 병행함으로써 출발부터 투쟁방향에 혼선을 가져왔다. 윤석열 정권은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노동탄압을 개시하고, 12월의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한 후 다음 타켓으로 건설노조를 선정한 후 집요한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연초부터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한편, 민주노총과 그 가맹조직의 지부 및 본부에 대한 침탈도 서슴지 않았다. 또 한국와이퍼 공장 점거농성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단위사업장 투쟁의 불씨를 하나씩 잠재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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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3월15일 오후 경찰이 한국와이퍼의 설비 물량 빼가기를 돕기 위해 조합원들을 폭행하며 연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4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선방침을 따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현장 조합원들이 볼 때는 한가롭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의 '2023년 사업계획' 초점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저지보다는 하반기 총선 준비에 놓여 있다는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이에 대해 노동탄압에 맞서는 것이야말로 내년 총선을 위한 가장 확실한 준비라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선방침에 관한 결정을 하반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분열 및 지도부의 지도력이 손상당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 투쟁 준비에 바쳐야 할 아까운 시간이 낭비됐던 것이다.

 

* 그중 하나는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내려면, 역설적으로 2023년 봄,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총파업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민주노총이 전력을 기울인 7월 총파업 또한 몇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노출됐다.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된 <2023년 민주노총 사업계획>은 ‘7월 총파업’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로서 기존 임단협 전술의 연장일 뿐, 그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윤석열 정권의 전면 탄압에 맞선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7월 총파업' 시점과 관련해서도,  하필 대부분의 사업장이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여름휴가를 앞둔 시점을 선택한 것은 "보여주기식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실제로 7월 총파업을 정점으로 한 민주노총의 상반기 투쟁은 정확히 그렇게 진행되었다. 2023년 7월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진행된 총파업은 겉으로는 누적 파업 참가인원이 40만명, 집회 참여 인원 총 20만명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기간 민주노총은 전국적으로 거의 매일 같이 집회와 시위를 열었음에도,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윤석열 퇴진’을 내걸었으면서도 정권에는 전혀 타격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예컨대, 시기 집중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는 산별조직들의 릴레이 파업의 한계가 노정되었다. 대부분 사업장은 하루 2~4시간 정도의 부분파업으로 진행되었고, 의료현장을 실제로 멈춰 세운 보건의료노조의 가장 길었던 총파업 역시 이틀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주력인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그 핵심 전략사업장인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이 하루 2~4시간씩의 생색내기 조업 중단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

 

* 민주노총이 즐겨 사용하는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의 한계에 대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산별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임단협을 배치하고, 사업장 교섭 후 바로 이탈하는 모습을 누누이 보고 있다”라는 지적을 새겨들을 만하다. (민주노총 주최 <2023년 정세와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신년토론회> 자료집(2023.1.5.) )

 

이처럼 지난해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은 실질적으로 현장을 멈춰 세워 정권과 자본을 직접 타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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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집중 투쟁의 한계를 보여준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

 

지난해 양경수 집행부가 주도한 민주노총 총파업과 해방 후 가장 성공적인 총파업이라고 평가받는 96-97년 노개투 총파업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다.


 ‘96-97 총파업’은 1996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부터 조직적 결의를 시작했다. 노동법개정투쟁의 목표를 수립하고 대중적 결의를 분명히 하기 위해 7월 19-21일 단위노조 대표자수련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7월 30일 중앙위원회에서 총파업 및 총력투쟁의 결의를 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10월 10일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결의를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4월 임대에서 정치방침/총선방침에 관한 논의를 함으로써, 총파업 준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초점을 분산시켰다.


96-97 총파업 때는 조합원 교육에 만전을 기하였다. 중앙차원에서 노동법개정투쟁을 위한 교육 실천지침으로 투쟁교안, 현장 실천방안, 대자보 자료 모음 등을 묶은 교육지침을 발간하고 단위사업장까지 배포하였다. 1996년 8월 20일부터 10월 말까지 2달 남짓한 기간 동안 중앙에서 기획한 순회강연회는 21개 지역에서 약 2,000명이 참가할 정도로 대중적 참여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업장에서 산별, 지역본부의 지침에 따라 ‘1노조 1교육’이 자체적으로 실시되었으며,  비디오와 만화소책자 등도 발간되었다. 이와 비교할 때,  지난해 상반기 민주노총 총파업은 그 준비과정에서 현장 조합원들에 대한 중앙차원의 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96-97 총파업 때는 각 연맹과 지역본부가 단위노조에 대한 지도에 철저히 임했다. 그 일례로 사무전문직 노동조합인 전문노련의 노동법개정투쟁 진행점검 시에 각 노조별로 상집 대의원 교육, 조합원 교육, 현수막, 리본달기, 순회방문, 농성참가, 노동자대회 참가자 수, 쟁의발생결의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 신고, 실천단 조직, 기금 마련 등등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각 조직별로 최선의 집중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졌다. 또 거의 모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투쟁기금도 1억 2천만 원 이상 모을 수 있었다.


이 두 번의 총파업 중 가장 두드러진 차이의 하나는 지도부의 투쟁 결의였다. 96-97 총파업 때는 중앙차원에서 지도부가 선도적 투쟁을 하였다. 예컨대 당시 권영길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1996년 11월 4일부터 전개하였다. 12월 16일부터는 임원, 산별, 그룹조직 대표자 17명이 명동성당에 삭발농성에 돌입하고, 각 조직 별로는 비상대기 농성에 돌입했다. 단위노조 역시 언제든지 즉각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파업투쟁 체계를 유지하였다. 11월 23일 투본대표자회의에서는 국회 연내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은 12월 24일부터 비상대기와 파업투쟁 대비를 결의했다. 이처럼 중앙 지도부가 앞장서고 단위 사업장 노조 또한 그것을 뒷받침하면서, 상부와 하부를 막론하고 민주노총 전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일전 불사의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 때는 그런 점이 전혀 눈에 띠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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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노개투 때 지도부의 명동성동  농성투쟁 장면


96-97 총파업은 이상과 같이 교육, 선전, 각종 투쟁을 모두 배합한 총파업 준비를 하였기에 무려 46일간에 걸친 완강한 ‘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런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제도 정치권 밖에서 ‘경제투쟁’ 내지 야당에 기대어 입법개혁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리하여 그해 10월 ‘국민승리21’을 결성하고, 다음 해인 1998년  15대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출마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종적으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총파업과 선거투쟁, 그리고 진보정치 발전과의 상관 관계를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의 총파업은 '보신주의'로 일관한 것이 특징이다. 오직 현 집행부의 재집권에 몰두했다는 평가를 피하기가 어렵다. 중간에 ‘양회동 열사’ 분신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것을 계기로 과감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채   ‘평온한’ 장례 절차를 밟고 투쟁을 마무리지었다. 결국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건설노조 탄압에 맞선 돌파구  마련에는 실패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국회만 바라보는 노동법 2, 3조 개정운동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에서 방영환 동지가 분신하는 등 또 한 명의 열사가 발생했음에도, 민주노총은 남의 조직의 일로만 치부할 뿐 함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윤석열 정부가 ‘회계 공시’를 밀어붙이자, 그동안 목청을 높여 반대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정부 요구에 응한 것은 압권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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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방영환 열사 분향소 모습


이처럼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투쟁을 통해서 어떻게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계급적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또 현장에 긴장감이 없는데, 노동자들이 계급적 관점을 갖고 2024총선에 참여하길 어찌 기대할 수 있을까?

 

여기서, 노동자들이 2024총선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린 또 다른 이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간 민주노총이 주도한 ‘제2 정치세력화’ 논의가 실패한 결과라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2022년 하반기부터 ‘제2 정치세력화’ 논의를 공론화하면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 토론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4년 총선과 관련한 ‘정치연합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전부였다. 이 때문에 순전히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제2 정치세력화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실패와 분열의 아픔을 기억하는 선진활동가와 현장 대중들은, 이 같은 정치공학적 논의를 통해 진보정치가 현장의 첨예한 문제를 푸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 대신 소위 ‘노동정치’ 간판을 내걸고 기실 국회의원 뺏지에 더욱 관심 있는 출세주의자들이 눈에 잘 띄는 것은 당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싸늘히 식어버린 현장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제2 정치세력화’ 논의가 반드시 그 의미와 방향과 관련한 근본적인 논의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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