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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발의된 ‘지방투자촉진 특별법’이  지난해 11월 30일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산자위를 통과했다.

 

5. 다가오는 총선을 새로운 전선 구축의 계기로 삼자

 

 이처럼 현재의 엔엘:피디 구도가 현실 대응에 있어 무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각 정파조직이 갖고 있는 노선과 실천 상의 한계를 보여주며,  구체적인 내용이야 어떻든  그것은 최종적으로는 '의회주의'로 귀결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현실의 첨예한 계급투쟁을  진짜로 반영할 수 있도록 진보 변혁진영 구도가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그것은 한국사회 기본모순의 표출인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 문제를 전면 반영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 간 전략적 연대가 실현되어야 한다.


한국의 재벌체제 하에서 비정규직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그것은 최근 들어 촉탁직이나 자회사 등과 같이 변형된 형태가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주 69시간 노동'과 파견범위 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비정규직문제가 결코 ’신자유주의‘ 일반의 문제로 귀결될 수 없으며, 한국의 재벌체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미국에서 40일간 진행된 전미자동차노조(UAW) 총파업은 ‘빅3’(스텔란티스, 포드, GM)를 굴복시켰다. 전미자동차노조는 25% 임금인상 외에도 비정규직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즉, 협약 비준 즉시 최소 90일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이에 따라서 누구도 9개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남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를 미국 내 자동차업종에서 발생한 특수한  것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만약 비정규직문제와의 관련에서 본다면, 한국에서 똑같은 업종에 해당되는 현대차그룹(한국 자동차시장의 80%를 독점하는 막강한 지위에 있다)의 경우,  현대차는 한국의 비정규직문제에 있어 매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부터 본격화한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은, 2011년 최병승씨가 대법원에서 ‘불파’ 승소판결을 받았음에도 종식되지 않았다. 그후 2016년 3.15 정규직 특별채용합의 등을 통해 모두 9500명의 불파 관련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됨으로써 현대차의 비정규직문제는 일단락 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촉탁직’ 형식의 비정규직이 다시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그 수는 울산공장의 경우 이미 전체 생산직 노동자의 1/3에 육박한다. 이처럼 대표적인 제조업종에서의 심각한 비정규직문제는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특정 ‘업종’ 과 관련된 문제이기 보다는 각국의 자본축적 방식과 본질적으로는 그 사회의 성격 차이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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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지회가 울산 제1공장에서 점거파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10.12.9.)

 

위 전미자동차노조(UAW)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신자유주의의 본산임에도  자국 내에서 비정규직문제가 일정 수위 이상으로 발전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 내부적 법적 규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유독 한국만 비정규직문제가 심각한 것은 그 고유한 ’재벌체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와 변혁진영 역시 이 같은 비정규직문제, 원-하청 문제를 전면 반영할 수 있는 구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의 전략적 연대를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엔엘이든 피디든 선험적 구별을 두지 말고 이러한 ’전략적 연대‘에 동의하고, 이를 실제로 중심 임무로 삼는 세력은 모두 하나의 진영으로 구분해야 한다. 

 

둘째, 현대제국주의에 맞선 반제 전선의 구축과 관련된다. 지금 격변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는 한국의 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한다. 


우선, 국제적으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급속히 와해 되고 ‘다극화’로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그리고 2023년 8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의 회원 확대가 보여주듯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는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현재 세계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국제질서의 급변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분명 한국의 진보와 변혁세력에게 있어선 하나의 놓칠 수 없는 '기회'라 할 수 있다. 과거 냉전 질서 하에서 자본주의 진영의 동쪽 끝 최일선 기지의 역할을 담당한 한반도 남역 땅은 미 제국주의의 입김이 그 어느 곳보다 강하게 관철되어 온 지역이다. 이 같은 강력한 제국주의 세력의 존재야말로 한국사회에서 정치·경제·이데올로기 등 제측면에서 반동 정권이 성립하고 유지될 수 있는 강력한 밑받침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패권적 지위의 동요로 그 버팀돌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계급 역관계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와 변혁세력은 이 기회를 잘 붙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법은 전세계의 강력한 반공 보루인 미 제국주의 패권질서의 해체를 더욱 촉진시키고, 국제질서 다극화의 진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진보와 변혁세력이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엔엘이든 피디든 이 같은 방향에 동의하는 세력은 하나로 결집하여야 한다. 반대로 이에 반대하는 세력과는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이 경우 주요한 반대파는 피디진영에 존재한다. 엔엘은 비록 한국사회에서 계급모순을 부차화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반제·반미 성향이 강하기에 이 경우 별반 문제 되지 않는다. 


피디진영 내 반대파에는 우선 정의당이 포함되며, 변혁 좌파 중에서는 노동사회과학연구소(약칭 ’노사과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노동자연대 등 소위 ’국가자본주의론‘을 신봉하는 세력들이 포함된다. 노사과연의 경우 ‘제국주의 피라미드론’과 같은 잘못된 이론에 기반하여 양비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때문에 미 제국주의에 집중된 반제의 칼끝을 무디게 만들며 초점을 분산시켜 국제 반제 전선을 교란시킨다.


'양비론'을 주장하는 기회주의 세력과 선을 긋고, 미제를 주적으로 하는 분명한 반제 전선 구축에 동의하는 세력은 엔엘이든 피디든 상관없이 한 진영으로 결집해야 한다.

 

셋째는 반윤 전선의 구축이다. 현재 남한 민중과 보수반동 윤석열 정권과의 모순은 매우 첨예하다. 여기서 지금 같은 윤석열 검찰독재 권력의 등장은 한국자본주의 축적 위기의 정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위신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치 초년생인 윤석열이 이끄는 현 정부는 국가권력의 계급적 본질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일제 식민지하에서 한국의 씻을 수 없는 치욕적인 역사적 경험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듯한 대일 굴욕외교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마치 미국의 바짓가랑이만 붙들면 정권의 안위가 보장될 듯 친미 일변도 외교를 감행함으로써 중·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남북 대결을 심화시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위기를 반영함과 동시에, 재벌체제로 상징되는 한국의 자본주의 또한 이제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는 조만간 재생산 위기의 전면적 폭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GDP 대비 108%(2022년 말 기준)를 넘어섰으며, 이에 못지않은 기업과 공기업 부채, 그 밖에 거대한 부동산가격 거품 등은 한국경제의 전면적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진전과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더 이상 기존의 재벌체제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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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임박한 경제위기는 한국의 보수반동 정권으로 하여금 민주노총처럼 이미 상당 정도 체제 내화한 대중조직조차 함께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지역본부와 총연맹 사무실까지 침탈하며 노골적인 노동탄압을 감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가 특별히 반윤 전선을 설정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체제모순이 지금은 '윤석열 검찰독재'라는 형태로 집약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체제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 민중적인 공분을 반윤석열 정권으로 우선 집결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반윤'은 앞으로 ‘보수대연합’이 성립할 경우 '반자본, 반재벌'로 확대 재편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적 상황과 정치지형으로 볼 때 보수대연합이 출현할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 위기가 필연적인 이상, 그리고 다른 한편 미국 패권질서의 붕괴가 필연적인 이상 반드시 그러하다. 한국 자본가계급의 보수반동 분파든 혹은 자유주의 분파든 그 누구도 단독으로는 이러한 총체적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은 아마도 그것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윤석열 정권의 참패가 예상되는 만큼, 총선 후 합법적 파시즘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 대신 민주당-국민의힘이 연합하는 보수대연합이 등장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으며, 올해 들어 본격화할 경제위기는 그것을 촉진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여기서 민주당 및 그들과의 연합을 주장하는 진보진영 내의 기회주의 세력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주요하게는 엔엘진영 내 우파세력이 문제가 될 것이며, 정의당 역시도 이 문제에서 동요하는 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한국의 진보진영과 변혁세력은 현재의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조응하여 자신의 진영구도를 변혁 대 개량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구체화로서 ‘반제, 반윤(반독점),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중심축으로 삼아 지금의 엔엘:피디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쟁점은 각각이 모두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는 역사적 쟁점들이다. 국제질서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의 이행과, 한국사회에서 재벌체제의 해체기라는 역사적 단계에 조응하는 것으로서, 최소한 앞으로 10~20년은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단계에서의 과제들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이들 세 가지 임무를 아우르는 전선의 구축이다. 이를 통해서 이미 의미를 상실한 엔엘:피디 구도를 대체하고, 새롭게 변혁:개량의 전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금과 같은 역사적인 대전환 시기에 국내외의 역동적 정세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으며, 그 변혁적 에네르기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2024총선 투쟁은 이러한 구도를 실현하는데 복무하여야 한다. 

 


6. 노동자 밀집지역에 집결하자

 

(1) 전략과 전술의 관계

 

2024년 총선은 낡은 엔엘:피디 구도를 청산하고 진보 변혁진영 내에 새로운 진영 구도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낡은 구도의 폐해를 방관할 수 없고,  신구도 하에서만 국내외의 변화된 조건에 조응하는 투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럴 때만이 거대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잠재된 에네르기를 분출시켜 자유주의세력(민주당)으로부터 반정부 투쟁의 주도권을 탈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도 전환’에 대한 사고가 2024총선 투쟁의 기본 취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024년 총선투쟁을 관통하는 정신이자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구도의 내용인 ‘반제, 반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는 2024총선 투쟁의 전술적 제반 요소들을 규제하고, 이들에게 통일성을 부여하며, 그 각각의 내용들을 풍부하게 선전선동해야 한다.

 

지금 대부분 진보정당의 선거방침은 어떻게 하면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얻을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실패가 입증된 상층연대 중심의 묻지마식 ‘진보대연합당’ 가능성을 여전히 타진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최소 몇 석이라도 건지자는 분위기도 농후하다. 이런 식의 ‘당선 지상주의’ 전략을 우리가 용인할 경우 또 다시 온갖 출세주의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며, 그만큼 현장의 정치 혐오감은 커져갈 뿐이다. 설령 이런식의 선거전략으로 의석 몇 석을 더 확보한들 그것은  투쟁에는 아무런 보탬이 안 된다. 단 한 석을 획득하더라도, 아니 의석이 전무할지라도 우리의 새로운 원칙과 강령을 선전선동하고, 이를 통해 대중과 활동가를 각성시키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운동의 진정한 자산이며,  2024총선은 그런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잠깐 전략과 전술, 혹은 장기적 과제와 단기적 과제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자.


위의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적인 장기 과제이다. 하지만 전략과 전술은 원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계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록 몇 달 남지 않은 총선일지라도, ‘구도 전환’의 과제를 한가한 남의 얘기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리에겐  2024년 총선 외에도, 2년 후인 2026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다시 그 1년 후에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선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선거는 끝임없이 찾아오고 반복된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선거투쟁에 대한 올바른 변혁적 관점을 정립하는 일이다. 우리는 매번 선거철만 되면 눈앞의 선거 대응에 급급해 근본적인 과제를 외면해 왔다. 그러다 보니 매번 선거를 치르고도 항상 제자리를 맴돌 뿐,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구도 전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몇 석 의석을 더 얻는 것보다 백배나 가치가 있다. 
  
다시 전략과 전술관계로 돌아가서, 전략은 우선 전술 수립에 있어 원칙과 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전략적 지도를 받지 못한 전술은 매우 협소한 시야 속에 갇힐 수밖에 없기에, 자신의 목표조차 이루기가 어렵다. 전체 국면을 넓게 바라볼 수 있어야만 여러 계기와 수단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국부적인 전투 역시도 잘 치를 수 있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 2024총선 투쟁을 잘 치를 수 있기 위해서도 우리는 ‘구도 정립’이라는 문제의식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 원리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원래 이 글은 ‘윤석열 심판’ 투쟁을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정부 투쟁에 있어 민주당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진보 변혁진영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그러한 구도(민주당 주도의 ‘반윤 심판’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도 먼저 우리 진보 변혁진영 내부 구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만약 이러한 취지에 입각해  총선전술을 수립한다면, 그것은 분명 당면 총선투쟁에서도 유리할 것이다.(이점은 조금 뒤 입증될 것이다.)  

 
전술은 반대로 전략이 현실에 발을 굳게 내디딜 수 있도록 하며, 그 실현을 위한 수단과 계기를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2024총선은 앞서 제기한 신구도의 정립에 있어 놓칠 수 없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총선투쟁의 계기를 잘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구도 정립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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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동자 밀집 지역에 집결하자

 

이제  본격적으로 2024총선 투쟁전술에 관해 논해 보자. 그것은 ‘노동자 밀집 지역에 집결하자’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노동자 밀집 지역이라야 신강령 즉 ‘반제, 반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잘 알릴 수 있다. 진보 변혁세력이 희망을 거는 계급은 아무래도 노동자계급이다. 이들은 한국사회 절대다수 인구를 점하며, 또한 당면 한국 사회변혁의 주력군이기도 하다. 앞서 진보진영의 ‘구도전환’과 관련한 주요 내용 역시도 일차적으로는 이 계급을 겨냥한다.  


우선, 중대재해법 무력화로 인한 하루 평균 5~6명씩의 산재 사망사고 발생, 원청과의 직접 협상을 가로막는 노동법 2,3조 개정 입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거액의 손배청구를 통해 노동자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한편,  노골적인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윤석열 재벌 정권을 향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이 자행한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야만적 학살과 그것을 방조한 미국에 대해  커다란 계급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친미 일변도 사대외교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로 민족적 자존심을 깔아뭉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감 역시도 그 누구보다 크다.

 

둘째, 현재 농후한 대중의 ‘윤석열 정권 심판’ 정서를 감안할 때, 진보 변혁진영은 노동자 밀집 지역에 집중하는 총선전술이 유효하다.


지금 민주당에 쏠리고 있는 분위기는 사실상 ‘반윤 정서’의 강도를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너무 강렬하기에, 골수 보수층(30%)을 제외한 나머지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민주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윤 정서가 이처럼 강한 만큼 대중은 민주당의 과거 실정을 추궁할 겨를이 없다. 민주당을 지지해봤자 결국 5~10년 후에는 다시 보수반동세력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쉽게 망각하는 것이다. 지금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일이 지상과제로 되었으며, 민주당의 이재명 지도부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조국 정당, 제3의 선택 등 민주당 ‘자매정당’에로 투표할 길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범 민주당’ 계열로서 결국 민주당의 헤게모니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대중은 ‘진보정당’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진보 변혁진영은 자신만의 운동성, 즉 계급성을 살린 전략으로 민주당 바람에 맞서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상징성이 높은 노동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치열한 백병전을 통해 민주당의 헤게모니에 돌파구를 내야 한다. 우리 진영에 강력한 언론매체와 여론 주도성이 부재한 현실에서는 이런 방법밖에 없다. 

 

노동자 밀집 지역 중에서도 울산은 이 같은 ‘백병전’을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조건을 갖고 있다.


첫째, 울산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같은 전략사업장이 있고, 또 그것과 연계된 수많은 하청 부품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문제, 원-하청문제, 그리고 이들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재벌문제 등이 심각하다. 우리는 이들 문제에 있어 민주당의 불철저한 태도를 집중 공략함을 통해 민주당 중심의 ‘윤석열정권 심판’ 구도에 우선 지역차원에서 파열구를 낼 수 있다. 예컨대 문재인 정권 때 제정된 중대재해법이나 최저임금제 법안 등에 있어 민주당의 그간의 불철저하고 이중적인 태도, 또 최근 노조법 2, 3조 개정과 관련한 민주당의 기만적 전술 등을 폭로하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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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하청지회와 지역단체가 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471번째 산재 사망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21.10,1).


특히 얼마 전 여야 만장일치로 상임위를 통과한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은 그야말로 ‘노동지옥 법안’을 만들자는 것이며(이에 대해선 조금 뒤에 상술한다), 이는 아마도 이번 선거의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노동 쟁점은 다른 도시에서는 별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울산처럼 대다수 인구가 노동자인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인화성’이 강하다.

 

여기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울산은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87년 대파업 이후 큰 투쟁을 많이 겪었다. 이 때문에 선진활동가층이 두터우며, 일단 이곳에 진보 변혁진영의 역량이 집결한다면 이들 지역 선진활동가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울산은 또한 진보정치의 토양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울산은 ‘노동 1번지’로 불릴 뿐 아니라 ‘한국 진보정치 1번지’로도 통한다. 지난 1998년, 2002년, 2004년, 2009년, 2010년, 2016년, 2022년 등 동구와 북구에서 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수 차례 배출한 경험이 있다. 


진보정당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원만한 편이다. 2020년 지방선거 때부터 울산지역 진보 3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간에는 공동 논의 테이블이 형성되어 일상적인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거구를 둘러싼 단일 후보 협상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3)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ㅡ ‘노동지옥법안’을 집중 공략하자

 

선거투쟁을 전개하는데 있어 초기 ‘접점’을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야합하여 통과시킨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은 이를 위한 좋은 소재를 제공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삼아 보편적 노동권을 무력화하는 특별법안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의 골자는 지역특구로 지정된 시, 도는 전체 근로기준법 163개 조항 중 50조·51조, 최저임금법 6조, 중대재해처벌법 4·5조 등 20개 항목을 제외한 노동법의 다수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즉 나머지 근로기준법 143개 조항은 규제 완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고 8시간 노동당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노동시간 보호제도가 무력화된다. 또 해마다 논쟁이 되는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현실화될 수 있으며, 중대재해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역시 사라지게 된다. 이는 사실상 노동관계법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무법 지역을 만드는 ‘노동지옥법안’이다. 금속노조의 표현대로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추진하고 싶어 하는 '노동개악 미리 보기'인 것이다. 


언론의 비판이 일자 산자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와 사후관리등 안전장치”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원안에서는 규제 특례 조항을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에 따른 규제 특례 조항을 준용한다”라고 명시했지만, 상임위 논의와 심의를 거치며 노동관계법을 규제완화 대상에 대폭 추가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앞으로 남은 입법 절차가 있지만, 여야가 만장일치로 상임위에서 통과시켰기에 이대로 가면 법사위나 본회의 통과도 별반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한국처럼 면적이 좁고 지역 간 이동이 쉬운 구조에서 노동자의 이동은 필연적이다. 만일 이 법이 통과되면 기회발전특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등 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노동지옥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먼저,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노동자는 힘없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싼값의 외국인 노동자의 대량 고용을 위해 E-7 비자 규제 완화,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며 수년간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다. 이에 화답하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4일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현대중공업을 찾아 E-9 비자를 쉽게 E-7 비자로 전환시켜주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인력 수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런 발언 직후 6일 만인 11월 30일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단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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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오토바이 시위


이 법안에는 노동법 규제완화 외에도 제16조(외국인학교 설립 운영지원), 제17조(외국인 진료병원 지정 운영) 제18조(기회발전특구 근로자 주택공급) 등 다분히 외국인 노동자의 확대를 목적으로 한 법안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즉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은 이주노동자를 대규모로 쉽게 들여와, 노동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가혹하게 착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괄적 계획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울산 동구는 지금 조선업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구조조정 당시 하청노동자는 임금이 30%이상 삭감되는 고통을 당했는데, 그 여파로 울산 동구를 떠나 다시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인력난 위기를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지옥특구로 만들어 더욱 하청노동자를 쥐어짜고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충분히 지역 노동자들을 분노케 할 만하다.


또한 다른 사안에선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가 이 같은 특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점은 민주당의 기만성을 지역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다.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민주노총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차츰 본격적인 선거운동과 때를 같이해서 진보 변혁진영이 울산으로 역량을 집결함으로써 투쟁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선거전이 시작되어서야 착수하지 말고, 미리 몇 개월 앞서 꾸준히 이 특별법 제정 반대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폭로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현장과 지역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저지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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