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연구소/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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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간, 장소에서 필리핀이 잘못된 인선을 했다! 필리핀 내 좌파에서 떠도는 말이다. 마르코스 등장 후 정치 풍향이 바뀌었으며 지금은 완전히 친미로 기울었다. 군사 기지를 개방하는가 하면 합동 순찰을 하고, "나는 바로 미국을 통해 중국에 대적하려는 것이야!"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小 마르코스는 도대체 어떻게 친미로 돌변했을까? 왜 처음에는 전임인 두테르테의 대중국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태도를 바꾸었을까? 그 배후에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을까? 이 '망명 태자'의 친미 행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ㅡ 첫 번째 질문, 小 마르코스는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갔나?

이것은 이미 분명해졌는데, 小 마르코스의 최근 일련의 행위에서도 알 수 있다. 필리핀은 2014년 미국과 필리핀이 <국방협력 강화 협정>에 서명했고, 2016년에는 미군에 5개 군사기지를 개방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두테르테라는 철권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잠시 중지됐다. 두테르테는 직접 5개 기지의 확장을 중단시키고, 미국의 필리핀 내 활동도 제한시켰다. 하지만 小 마르코스가 등장하면서 미국에게 여기에 더해 4개의 기지를 더 개방했다. 이것은 앞 사람이 호랑이를 내쫓으면, 뒷사람이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격이다. 小 마르코스가 늑대를 안방에 끌어들인 데 대한 불만이 필리핀 내에서 터져나왔다. 민심이 흉흉해졌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미·일·호 3국과는 무슨 무슨 동맹을 맺으려 하고 있다.

옛 말에 나무를 심으면 후세가 그 그늘을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小 마르코스는 두테르테가 이룩한 좋은 국면을 지켜면 안 될까? 주제넘게 중-미 사이에 끼여들겠다고 하니, 필리핀 상원의원이자 좌파 학자인 월든 벨로 필리핀 상원의원이 잘못된 시간과 잘못된 장소의 후보라고 말할 만도 하다. 이 학자는 두테르테의 '친중국'은 미국 식민통치에 대한 내국인의 적개심을 이용해서 반미를 연출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필리핀 군부 내부의 친미 세력은 너무 컸다.

이 세력들이 오늘날에도 小 마르코스 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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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내 반미 시위

ㅡ 두 번째 질문, 小 마르코스는 왜 두테르테의 대중국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하다가 변했는가?

그것은 곧 필리핀군 내부의 친미 세력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필리핀은 암살이 끊이지 않아서 민심이 흉흉하다. 한 성( 省)의 성장이 자기 집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는 최근 빈발하는 암살 사건 중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이다. 드가모 주지사는 마르코스의 친미 정책에 여러 차례 반대해서 반미 투사로 불렸다. 그의 거처도 수많은 경호원들이 24시간 순찰하면서 지켰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6명의 괴한에게 집이 침입 당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강제로 침입한 뒤 무차별 사격을 가해 드가모를 포함한 9명을 현장에서 사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 적어도 드가모의 경호원과 가족을 모두 합치면 20여 명이 넘지만, 6명의 괴한은 그대로 집안으로 난입해 드가모에게 총을 수 차례 맞추고 즉사시켰다. 이 6명은 아마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과연 필리핀 경찰은 4 명을 체포하고 1명을 사살했는데, 조사 결과 6명 중 3명은 필리핀 군 출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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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택에서 암살당한 드가모 주지사

이것은 최근의 암살 작전의 하나일 뿐이다.

올해 2월 한 달 만에 3건의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필리핀 남라나오주 주지사의 차량 행렬이 습격을 받아, 주지사는 다쳤지만 보안요원 4명이 숨졌다. 또 이틀 만에 가얀주 아파리시 부시장이 습격을 받아 숨졌으며, 다른 5명도 습격 중에 함께 숨졌다. 다시 사흘 뒤 마긴다나오주의 다투 몬타발 시장이 총격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이 이번에는 부상만 입었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정부 고관들을 상대로 저질러진 일련의 살인은 분명 일반인이나 작은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들에겐 평소 빈틈없는 보안 조치와 보안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필리핀에서는 드가모와 같은 반미 고위 관리의 죽음은 필경 미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필리핀 내부를 이렇듯 조직적으로 숙청할 수 있는 걸 보면, 아마 마르코스가 한 짓이 아닐까? 대통령 마르코스는 이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큰 소동을 일으켜 가며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방식은 군의 소행에 가깝다. 마르코스의 필리핀 군부에 대한 통제력 자체가 취약한 데다가, 필리핀 군부와 미국이 다섯번 째 기지 개방을 논의하는 등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국내 반대세력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치권이 얼마나 어지러운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취임 초 두테르테의 대중국 정책을 이어가겠다면서 지난 1월에 중국을 방문해 우리와 14개항의 협력협정을 맺었다. 우리가 보기엔 이것은 매우 좋은 징조로 보였다. 그러나 군부의 통제권을 상실한 마르코스는 미국의 협박과 회유에 휘청거렸다. 1월 중순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11척의 군함이 위풍당당하게 황옌다오(黄岩岛) 인근에 5일간 머물렀고, 음력 2월 15일에 다시 돌아와 필리핀 연안으로 직행했다. 이처럼 방대한 항모군을 중국은 대적할 수 있지만, 필리핀과 같은 주변 소국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이어서 2월에는 미 국방장관 오스틴이 필리핀을 방문하여 군사기지 개방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마르코스는 동의했으며, 현재 필리핀 군은 다섯 번째 기지에 대해 미국과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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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필리핀의 헌법은 외국 군대가 자국에 영구적으로 주둔하거나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매우 교활하다. 약간의 개념을 바꾸어서 '영구' 대신에 '순환' 이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그런데 실제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과 '영구'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또 기지의 명칭을 미국과 필리핀 군부가 협력·교류하는 '합의 장소'로 바꾸려 한다. 이처럼 형식만 바꾸고 내용을 바꾸지 않는 방식은 헌법을 우회 하려는 의도지만, 사실상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불과 수십 년밖에 안 된 미국의 식민지배 역사이지만, 그들로 하여금 미국 식민주의에 대한 원한이 깊어지도록 만들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격분하여 시위를 벌였다. 이 무렵 뉼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필리핀을 다시 방문했는데, 그녀는 대미 군사기지 개방이 필리핀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적 기회와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어르고 겁주니, 마르코스가 완전히 친미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결정은 앞날을 스스로 망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같은 정치적·역사적·현실적 요인을 떠나서 小 마르코스 개인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우 엄중한 결과 때문에 미국이 그를 제재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ㅡ 세 번째 질문, 小 마르코스의 가족사와 미국과의 관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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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부자

 

우리는 왜 小 마르코스를 '망명 태자'라 부를까?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아버지 즉 독재자 마르코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함께 쿠데타로 실각해서 몇 년 동안이나 온 가족이 미국으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小 마르코스의 아버지인 노( 老) 마르코스는 필리핀에서 20년간 독재자로 군림했다. 재산도 3만 달러에서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급증했다. 마르코스는 "미스터 10%"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그가 재임 동안 어떤 투자, 사업도 반드시 10%를 먼저 그에게 바쳐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단 한마디로 당신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1986년 선거를 조작하여 부정선거로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자 야당의 반발을 사서, 2월 22일 쿠데타가 발발해 국방청사를 점거했다. 마르코스는 그날 밤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도망쳤다. 당시 마르코스 자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리스트만 2300쪽이 넘는다고 한다. 야당은 그의 집 지하실에서 각종 사치품과 옷, 신발, 모자, 화장품이 줄지어 진열된 것을 발견했다.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의 신발 800여 켤레는 현재 필리핀 마리키나 신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老 마르코스 집권 기간 동안 자가용 비행기만 29대, 집에 있는 금은 톤 단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게다가 마르코스의 가족 산업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으며, 각국 은행들에 자신의 가족 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부동산은 미국과 유럽에 분포되어 있었다. 할리우드 베벌리힐스에도 마르코스 가문 소유의 대저택이 있다. 小 마르코스는 그의 아버지 재임 기간에 빠른 정치적 승진을 했다. 21세에 대통령 보좌관, 23세에는 부성장, 25세에 곧바로 도지사가 됐다.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실각하면서 가족은 미국으로 도망갔다가, 나중에 1991년에야 귀국했다. 귀국한 그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는데, 아버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바탕으로 친서민 이미지를 구축하여 마침내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 전 대통령인 두테르테가 감히 미국에 싫은 소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집권할 때 배후에 미국 자본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小 마르코스 집권의 배후에는 미국 자본이 있다. 게다가 2012년 미국은 마르코스 가문에 대해 '법정 무시' 판결을 내려 小마르코스가 2031년까지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만들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미국에 가도 당연히 체포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퇴임 후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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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둘째, 그의 가족은 미국과 유럽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치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푸틴에게 그랬던 것처럼 小마르코스를 다루기 위해 그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다면, 그는 매우 괴로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필경 그의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 필리핀 군부의 심각한 친미 혹은 미국의 협박과 회유 이든지, 그렇지 않으면 小 마르코스 가문의 이해 관계에 따른 영향이든지 간에, 그는 이미 미국 쪽에 붙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필리핀의 장기적 발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근시안적인 투기 때문이기에, 결국 나라와 인민을 해칠 뿐이다.

2023.06.05

원제: 두테르테의 '친중'이 연기라면, 마르코스는 연기조차 게을리한다

(원문보기) https://www.163.com/dy/article/I6GCGCUD055212H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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