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길
등록일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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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TV 캡처]  출처 : 한국강사신문

 

2023년 12월 28일, 국내 도급 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조정과 그 결과를 뜻한다. 개인으로 치면 개인회생과 비슷한 절차라고 여기면 된다. 즉, 기업의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고, 기업의 상환능력과 노력 등을 판단해서 기업의 부채 만기를 연장하거나 일정 부분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가장 많은 대출을 보유한 은행이 주로 맡음)인 KDB산업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유한 회사채와 담보대출 등 직접 차입금은 1조 3,000억 원 규모이다. 하지만 이 외에 규모가 작은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 1천억 원대로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PF 보증 채무 등을 합치면 21조가 넘는 수준이라 한다. 이는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7,400억의 2,800%가 넘는 규모이다.


태영건설의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까지 건설업계 전반이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다가 겨우 계열사 차입 등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당장 2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밖에도 2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한화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등이 위험하다고 한다.


건설업계의 이 같은 위기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1월 기준 1만 465채이다. 올 초 7,546채 대비 38.7%나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주택을 지을 때 토지의 매입과 사업 초기자금 등을 금융권에서 마련한 뒤, 착공과 분양에 들어가면서 PF대출로 전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분양이 쌓이면 이 대출을 갚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토지 매입과 초기자금을 위해 브릿지론(금융권의 강화된 PF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초기자금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 상품)을 이용하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가 급증했다. 이 경우 브릿지론의 이자만 내며 버티는 건설사의 수도 늘어났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2023년 11월 기준 497곳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7%나 증가한 숫자이다.

 

정부는 운용 중인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란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20조 원으로 운용 중인 규모를 10조 원 증액해서 30조 원까지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건에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듯하다. 태영건설에서 막지 못하면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권까지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국내 건설사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발 공황 시기에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어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 이후 세계적인 긴축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자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침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오히려 부동산 부양책을 썼다. 이런 결과 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만은 오히려 부채가 증가했다. 높아진 금리로 인해 부채의 부실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이제 금융당국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올해 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워 지면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물가를 상승시키는 국제유가는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고 있다. 러-우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팔-이 전쟁이 확대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쉽게 하락하지 못할 상황이다.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50년 만기 주담대나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부의 각종 정책 대출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높아진 부채와 연체율, 물가 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실소득) 감소 등이 나타나며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4년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문제가 되는 부동산발 경제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출처 : <노동자신문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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