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파업에 앞장선 여성 노동자들.png
총파업의 선두에선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들.

   

지난 7월 8일부터 본격 파업을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사측의 성의있는 답변이 없자 10일부로 무기한 전면 파업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들의 일방적인 비난과 왜곡 보도가 집중되는 가운데, 전삼노는 7월 14일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전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파업투쟁의 전열에 선 기흥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어 밝혔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편집자 주]

 

첨단산업 반도체지만 몸을 갈아 넣는 극한 노동으로 골병
생리·연차 휴가 못쓰고 식사 시간 보장도 없는 현장 문화
가스누출·화재경보에도 작업 계속, 안전보다 생산이라는 삼성

 

지난 7월 8일(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기흥사업장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기흥사업장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은 1983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기흥사업장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40여 년 동안 삼성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가혹한 육체노동을 해왔던 노동자들은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지금 삼성전자 파업에서 가장 참여가 높은 구성원들도 바로 이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이다. 특히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7,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 대거 참여하면서 6,7,8라인 가동률은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고, 주말에는 웨이퍼 투입이 전무해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7,8라인은 자동화가 되지 않은 수작업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6,7,8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 6,7,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4조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주로 웨이퍼가 들어 있는 상자(Carrier)를 직접 설비에 투입하고, 공정이 끝난 뒤에는 이를 회수해서 다음 설비에 투입하는 노동을 한다. 6,7,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은 직업병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7라인에 온 이후 퇴행성 관절명을 얻었다. ▲가혹한 육체노동으로 정신과를 다니게 되었고 병가 휴직 중이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서 신우신염이 발병했다. ▲6라인에서 일하면서 손가락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겼다. ▲6,7,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손목터널증후군과 하지정맥류를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가혹한 육체노동으로 인해서 소위 ‘골병’을 몸에 달고 살고 있고, 골병 외에도 비뇨기 질환, 하지정맥류, 수부 습진, 심지어 정신 질환까지 겪으며 노동하고 있다. 가혹한 수작업으로 인해서 손가락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것은 일상다반사이다.  (아래 사진1, 사진2 참조)

 

삼성전자-1.jpg
(사진1)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의 손가락 류마티스 관절염

 

삼성전자-3.jpg
(사진2)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의 하지 정맥류과  손목 터널증후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휴게시간, 생리휴가, 연차유급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밥을 ‘먹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밥을 ‘마신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일까. 절대 라인을 비우면 안 되기 때문에, 교대로 식사를 하면서도 다음 식사할 동료들을 위해 40분 안에 식사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항상 라인에 인력이 부족해서 연차유급 휴가 사용도 어렵다. 

 

고과권자(부서장)는 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눈치를 주고, 한 교대근무 조에서 2명 이상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고과권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생리 주기까지 집요하게 물어보면서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생리통으로 인해 아파서 울면서도 자신을 포함 주위 여성 동료들이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전삼노가 다른 회사에 비해서 매우 열악한 쉴 수 있는 권리(유급휴가 확대)를 이번 임금 교섭에서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측은 기흥사업장에서 수작업 반도체 생산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은 전혀 시도하지 않고 있다. 회사 내에 여성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근골격계 예방 운동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센터에가면 된다는 주장은 노동자에게 ‘병 주고 약 주고’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회사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 노력은 회피하고, 여성 노동자들에게 개인적인 노력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일하는 날에는 병을 얻고, 쉬는 날에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수작으로 일하는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시시때때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회사는 환경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라인 내에서 가스 냄새가 나면 여성 노동자들을 시켜 냄새의 원인을 찾게 하고 있다. 또한 라인에서 화재 대피 방송이 울려도 고과권자들이 그냥 계속 일하라고 지시하는 등 안전불감증도 만연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가스누출과 화재가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직업성 암, 생식독성 피해(유산, 불임, 자녀의 건강손상), 난치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기흥사업장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겪었다. 2007년 23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였다. 또한 지난 2018년 9월 이산화탄소 누출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도 바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라인에서 발생했다. 올해 5월 2명의 노동자가 방사선에 노출된 사고도 바로 기흥사업장 6라인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고 황유미씨 11주기 추모행진.jpg
2018년 고 황유미씨 11주기 추모행진  (사진=경향신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을 중단시키고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일익을 책임져 왔던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실제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여성 노동자들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유독 파업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골병의 일상화, 근로기준법의 휴게시간과 각종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문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안전불감증을 바꿔내는 것은 회사의 선의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쳐서 함께 싸울 때만 바꿔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쟁의권 확보한 정당한 파업임에도 회사는 불이익처분 협박
삼성전자 고과제도를 무기로 개별 노동자 옭아매고 파업 무력화

 

삼성전자 사측이 지난 7월 8일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대해서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고과권리자들(관리자)에 의한 파업 파괴 행위를 시도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과권자들은 거의 동일하게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시사하며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파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회사의 조직적인 파업 파괴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우리 유미는 백혈병으로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명심하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여전한 무노조경영과 파업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회사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들만의 노동환경 개선이 아니라, 라인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함께 일하는 기술팀 설비직군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번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삼성전자 내 사업장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알려갈 계획이다.

 

노동자 건강과 안전 외면한 기업이 세계 일류일 수 없어
누적된 실망과 분노가 파업 지속의 동력임을 사측도 읽어야

 

노동조합은 이번 주 내로 삼성전자의 여전한 무노조경영: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고과제도를 악용한 파업 파괴 범죄 행위’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 및 투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4년 07월 14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전삼노 파업 장면.jpg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집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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