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 현대차그룹의 부실한 미래차 준비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22호> 2022. 8.23
등록일 : 2023.01.19

(편집자 주ㅡ 지금 자동차업계 최대 과제는 무엇보다 친환경차와 지능형차시대에 어떻게 살아남느냐이다. 현대차 역시 ‘2025전략’을 발표하면서 그룹차원에서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의 미래차 시대에 대한 준비 정도는 실제 어떠한가? <노동자함성>은 3회에 걸쳐 이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먼저 미래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와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상황을 소개한다.)


 1. ‘배터리 내재화’ 포기한 현대차

 

임·단협 교섭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24일, 이상수 집행부는 사측에 임금 및 단체협약 별도요구안의 일환으로 배터리, 전장부품, 반도체, 신소재 등 주요 부품의 국내 연구 및 생산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전기차용 배터리 내재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해선 “우리의 배터리 기초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체적 인력 획득에도 한계가 분명하고, 연구, 개발, 양산 수행도 역부족”이기에 전문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물량을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2021.6.24)
현대차가 지금까지 간혹 언론에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은 단독 추진이 아닌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말이라고 그 진의도 분명히 했다. 이렇듯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독자개발을 포기한 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공급을 외부에 의존할 경우, 앞으로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회사의 수익성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2. 자율주행ㅡ ‘엔비디아’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

 

현대차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기술 자립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022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OS)를 탑재한다고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것이다. (“현대차, 엔비디아 선택”, 한겨레신문, 2020.11.10) 
현대차는 이미 2020년 제네시스 GV80, G80에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탑재하기 시작했었다. 커넥티드 카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교통정보, 날씨 등 외부 데이터를 연계해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모든 프로그램을 엔비디아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체 개발이 어려운 운영체계 등 고성능 반도체는 외부에 맡기고, 비교적 개발이 쉬운 반도체는 최대한 내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원·구동·센서·전력 등 4가지 반도체는 현대오트론에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처럼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경우를 보면, 구글도 처음 자신의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콘텐츠 업체들이 안드로이드용 앱을 무료로 배포하도록 허용하였다. 하지만 이용자가 늘어나자 최근에는 30%의 높은 수수료를 받겠다고 ‘갑질’을 부리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만약 엔비디아가 우선 자신이 개발한 운영체계의 보급을 위해 ‘개방형’을 약속했다가, 나중에 이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된 상태에서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현대차는 속수무책이 된다. 

 

3. 다른 경쟁사들의 상황

 

전통적인 완성차사의 경우 배터리나 반도체 문제에 있어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현대차 사측은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실제 다른 회사들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자동차 배터리 공장의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약 3800억엔(약 3조9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현대차와 다른 점이 있다. LG 등 타 회사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100% 자신의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미 1997년 하이브리드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때부터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해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도요타가 갖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특허는 지금까지 1000개가 넘으며, 이는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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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특허 1~3위 일본이 싹쓸이

 

폭스바겐도 최근 들어 배터리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22년 7월 8일 자국에 200억 유로(약 26조원)를 투자해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를 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애초 아시아 기업들에 배터리 공급을 의존하려 했던 생각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자체 생산계획을 추진하는 외에도, 스웨덴의 유망 기업인 '노스볼트'에 대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노스볼트는 2023년 프리미엄 배터리 셀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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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배터리 공장 '잘츠기가' 조감도. 포스바겐은 지난 7월7일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잘츠기터에서 첫 배터리 셀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자율주행 분야에 있어서도 주요 제조사들 중 아직 ‘운영체계(OS)의 내재화’를 공식 포기한 회사는 없다. 이 분야에서는 테슬라가 가장 공격적인데, 이미 2019년부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오토파일럿’에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하였다. 2020년 2월 테슬라의 반 자율주행 모드 주행 거리는 ‘30억 마일’에 이른다. 
그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폭스바겐과 도요타 역시도 독자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엔비디아와의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런 형식이면 최소한 제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앞서 현대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관계에서 ‘공동개발’을 한다는 소식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이를 보면 도요타나 폭스바겐보다 한 단계 낮은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결> 현대차는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내연기관 위주의 전략을 펼치자니 점점 엄격한 환경규제에 직면하고, 그렇다고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자니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외부의존 때문에 대폭적인 이윤 저하가 예상된다. 현대차가 너무 일찍 기술 자립을 포기한 것이 원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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