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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 심학산을 찾았다. 9월 중순에도 계속되는 무더위 탓에 가을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산에서 부는 바람, 들판의 색깔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오후시간 파주로 향하는 제2자유로를 달려 심학산 배수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높지 않은 산이고 흙산이다. 산책로같은 등산로를 따라 종종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능선 대신 호젓한 산허리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숲이 우거져 햇빛을 피할 수 있다. 조금 걷다보면 약천사가 나온다. 절 마당에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는데 법당에는 독경소리 울려 퍼진다.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걷는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 정상으로 향한다. 270m 지점에 정자가 있다. 몇몇 사람들이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러 번 왔지만 멋진 전망이다. 남•북한강이 만나 만든 두물머리(양수리)처럼 큰 호수가 되었다.
북한강,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합류해 서울을 지나온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 큰 하천을 이루고 '할아버지 강'이라는 뜻의 조강(祖江)이 되어 김포반도와 개풍군 사이를 흘러 강화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힘차게 흐르던 강물(청년 강)도 바닷물을 만나면 속도가 느려지게 마련이다.
왼쪽으로 김포, 강화쪽 산, 오른쪽으로 파주지역 산, 중앙으로 흐릿하게 개성 송악산 줄기까지 겹겹이 쌓인 산맥을 배경으로 조강이 흐른다. 본류인 한강에 지류인 임진강이 합류하는 셈이다. 한탄강은 임진강의 지류다. 수많은 실개천과 지류가 모여 대하(大河)를 이룬다.
한강하구에 우뚝 서 있는 심학산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넓은 평야와 구릉지에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높은 산이라하여 수막산(水幕山), 홍수 때마다 깊은 물에 잠긴다하여 심악산(‘深岳山, 深嶽山)’이었는데 ‘조선 숙종때 궁궐에서 기르던 학 두마리가 이 산으로 도망나와 있다가 찾았다고 해서 심학산(尋鶴山)’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상명대학교 정우진 교수는 2021년 ‘심악(深岳)’ 문화지형의 형성과 해체'라는 논문에서 일제가 조선인의 풍수적 사고를 와해시키고 지역 정체성을 퇴색시키기 위해 '심학산'으로 창지개명 했다고 한다.(자료, 파주위키) 이렇게 낮은 산이 경기 5대 악산(岳山)이라니!
땀을 식히며 유튜브로 ‘임진강’ 노래를 듣는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곡을 남한의 여러 가수가 불렀고, 남한에서 만든 곡도 따로 있다. ‘물은 흐르고 새들은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가고파도 못가는 고향’, ‘휴전선 바라보며 목이 메이는 한 많은 그 사연’을 노래하고 있다.
전망대 정자에 사람들이 들고난다. 한 사람이 잘 익은 대추를 한 개씩 나눠준다. 그냥 고맙다고만 생각했는데 하산하면서 생각해 보니 혹시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 아니었을까? 추석 하루 전 부모님을 대신해 망향의 한을 달래며 그 마음을 대추 한 알에 담아 나눠준 것일까?
(522회, 심학산, 2024.9.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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