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등록일 : 2023.08.11

 

지식기반사회라고 부르는 것을 지나서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에 직접 활용되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은 생산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생산에 있어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지식은 직접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는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능을 생산과 재생산으로 나누는 마르크스의 구분을 적용하여 본다면 재생산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재생산 영역에 속하는 과학과 기술은 생산에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노동력을 제공할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것에 국가의 일차적 기능이 있는 것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과학과 기술을 재생산하는 데 자본과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게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투쟁하는 조직이자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인류사적 목표로 하는 노동계급으로서는 과학 지식을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사회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 

 

과학 지식 생산 메커니즘에 그 어떤 신비와 몰역사적 진리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의 투여를 통해 노동자와 기계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듯이, 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로서 과학 지식을 생산해내는 것에는 과학기술노동자와 축적된 제도와 조직, 지식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며 또한 자본이 필요하다. 노동계급을 위한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지식을 생산해낸 마르크스는 대영제국 도서관이 필요했고 마르크스의 연구를 후원했던 필립스의 설립자인 외삼촌과 기업을 운영했던 엥겔스가 있었다. 마르크스주의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유물론적으로 역사 사회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르크스와 레닌을 마치 어딘가에서 계시를 받은 선지자이거나 무장한 예언자로 간주하는 무의식적 정신 상태야말로 관념론의 끈질긴 생명력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 노동계급과 투쟁의 역사에는 어떤 신비도, 어떤 계시도 있을 수 없다.      

 

다음을 위해 요약해서 이야기한다면, 과학과 기술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은 물리적⸱기술적 문제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라는 목적을 위해 과학지식을 생산하는 분야별 행위자 집단들을 규정하고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학적 실천을 수행하는 이러한 분야별 과학기술노동자 집단을 과학 공동체라고 정의할 때, 과학과 기술의 기본 범주는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인 과학 공동체가 된다. 물론 이 과학 공동체는 학회나 협회만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 일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프랑스의 어느 관념론 철학자가 이야기했다. “질문이 제기되는 순간 사실은 답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여러분들이 과학적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니 묻는 이야기인데, 좌파들은 무슨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이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주체는 도대체 누구요? 


출처 :  <노동자신문>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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