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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6일 수도 니아메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 수천 명의 환호를 받는 니제르 군부 지도자들 (출처: BBC코리아)

 

지난 7월 26일(현지 시각) 서아프리카의 니제르에서는 대통령궁을 지키던 경비대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러자 군부를 비롯한 여러 무장 세력은 대통령의 강제 하야를 기정사실화하고 압두라흐마니 치아니 장군이 이끄는 군사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합의했다. 사실 그간 아프리카에서는 부족 갈등과 자원 이권 다툼 등으로 인한 쿠데타가 심심찮게 발생해왔기에 이번 니제르 쿠데타는 국내에서 그다지 관심을 끌어모으지는 못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서아프리카에서만 해도 말리(2020년, 2021년), 기니(2021년), 부르키나파소(2022년) 등에서 이미 4차례의 군사 쿠데타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니제르 군부 쿠데타의 배경을 잘 살펴보면 그것이 시사하는 바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을 이끌던 정치 엘리트들은 민족해방 운동과 범아프리카주의, 사회주의에 기반한 정당 출신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번에 쿠데타로 정권에서 축출된 니제르 민주사회주의당(PNDS)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주류 정치 엘리트들은 정권의 유지와 막대한 금액의 해외 원조에서 비롯된 금전적 이익을 위해 민심이 아닌 서방 강대국들과 손잡는 쪽을 택했다. 니제르만 하더라도 프랑스와 미국의 군사 기지를 국내에 용인해준 대가로 2021년 유럽연합으로부터 5억 유로, 2022년 프랑스로부터 1억 2천만 유로, 2023년 1억 5천만 달러의 원조를 약속받았다. 지역 내 테러 조직의 활동을 저지한다는 안보 협력이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2011년 미국과 나토의 군사 개입으로 리비아에서 밀려난 급진 이슬람 무장 세력이 말리를 거쳐 지역 전반으로 활동 무대를 넓힘으로써 오히려 지역민들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았다. 호주의 경제평화연구소(IEP)가 발표한 글로벌 테러리즘 지수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전 세계 테러 희생자 가운데 43퍼센트를 차지하는 가장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자 주류 정치 엘리트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 시골 농민들과 도시 자영업자들은 반외세 반제국주의의 기치를 내건 군부 내 젊은 장교들을 일종의 대안 세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군인들이 주도한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니제르 등의 군부 쿠데타를 일반 국민들이 지지하고 나선 배경도 바로 거기에 있다. 반면 국내 전력 생산에 꼭 필요한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니제르에 1,500명의 군대를 주둔시켰던 프랑스,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기 공군 기지를 운용해왔던 미국은 자신들의 대리인 역할을 하던 정치 세력이 쫓겨나면서 이제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민심을 거스른 채 무늬만 사회주의를 내건 지역 정치 운동의 몰락과 함께 말이다.

 

출처 : <노동자신문>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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