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사태와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 병행이 쉽지 않았다
인터페이스 뉴스/ 김정호 (편집위원) 번역
등록일 : 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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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항조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페이스 뉴스 리포터 | 린즈런( 林子人)
인터페이스 뉴스 편집자 | 황위에(黄月)

 

※ 본문의 내용을 감안하면 이 인터뷰는 개막식 며칠전에 진행돼 개막식 날짜에 맞춰 게재한 듯하다.ㅡ 번역자 주 )

 

오늘 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거행되었다. 개막식은 물(水)로 연결되어 저장성과 항저우의 전형적인 상징과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행사와 공연은 '국가 풍격과 우아함', '전당조수(钱塘潮涌)', '손에 손잡고' 등 3개 장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들은 각각 중국, 아시아, 세계 문화의 교류와 융합을 상징하며 아시안게임 정신과 아시아의 관습을 표현했다.

 

'단순함, 안전, 흥미진진'이라는 리허설 원칙을 고수한 개막식은 약 2,500명의 공연자가 참여해 100분 이상 진행된다. 개회식 총책임자인 루추안(陆川)에 따르면 이를 위해 개회식 참가자 수를 원래 계획했던 6,500명에서 현재 규모로 줄였다고 한다. ‘단순함’ 원칙에 따라서 "납세자의 돈을 꼭 필요한 데 사용토록 한다." 는 모토 속에 주최국의 따뜻함과 환대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과학기술 정신'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키워드 중 하나다. 크리에이티브팀(창조팀)은 '디지털과 현실의 통합' 형태로 주 성화의 점화를 완성해,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의 디지털 점화식을 탄생시켰다. 실제 선수들과 함께 주성화를 밝힌 '디지털 선수'도 있었는데, 디지털 선수를 구성하는 각 픽셀(像素, 화소)은 지난 6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아시아 전역을 밝힌 디지털 불꽃에 참여한 아시아와 글로벌 온라인 성화 봉송 전체 관객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9월 23일을 기준으로 개막식 디지털 점화에 참여한 아시안게임 디지털 성화 봉송 주자들은 총 1억 명에 이른다. 또한 아시안게임 개막식 역시도 녹색 환경 보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실물 불꽃'을 '디지털 불꽃'으로 변경했으며, 관객들이 카메라 위치를 바꿔서 다양한 각도에서 불꽃 효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7월 20일, 루추안 감독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총감독으로 공식 임명됐다. 루추안은 영화감독일 뿐 아니라 국가적 행사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6년 상하이 스페셜 올림픽 개막식 예술 감독으로 개막식 영상을 제작했으며, 비디오 아트(예술) 감독으로 초청받았다.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국가관 연출을 맡았으며, 국립경기장 새둥지(鸟巢, 베이질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대규모 라이브 공연 '새둥지 어트랙션'을 연출한 바 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루추안에게 개막식 연출 감독 선발전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해 3~4차례의 '피칭(PR광고)'을 통해 자기 팀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사샤오람(沙晓岚) 감독과 팀을 이뤄서 항저우 제19회 아시아경기 개막식 공동 연출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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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 추안 감독

 

루추안은 북경에 거주하는 외지인으로 지난 3년간의 작업을 통해 '반쪽 항저우 토박이'가 됐다. 그가 개막식에서 보여준 항저우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산이 가득하였으며, 패기가 넘치고 패션적이며 기술과 파워가 넘쳐났다. 루추안은 본 <인터페이스>와의 인터뷰에서 3년이 흐르는 동안  '피칭' 단계에서 팀이 준비했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었는데, 마지막 리허설을 하면서 문득 원래의 의도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3년이란 특별한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초심과 메시지는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항저우를 바탕으로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중국은 개방, 포용, 그리고 세계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1. 개막식은 감독 개인의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인터페이스 :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총감독이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루추안: 영화 감독 외에 상하이 스페셜 올림픽 개막식의 예술 감독을 맡았었다. 판 공카이 교수와 함께 3년 동안 상하이 세계 엑스포 국가관의 모든 영상 디자인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대규모 라이브 공연 '새둥지(鸟巢)·유인'을 제작하는 팀을 이끌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 일을 10년 넘게 해왔지만 스스로를 '개막식 연출자'라고 정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것은 나에게 그저 경험이자 취미일 뿐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큰 기쁨은 갑자기 전국 각지, 심지어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주위에 모인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 때 이런 일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걸 가져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만 그렇게 많은 똑똑한 사람들을 함께 모이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국책사업에선 최고의 두뇌들과 함께 브레인 스토밍(생각 쏟아내기)을 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야 말로  나에게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감독이 ‘자기 고집’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물론 매우 통쾌하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되면 이런 마음 상태가 종종 역효과를 가져온다.

 

인터페이스 :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국립경기장에서 새둥지(鸟巢)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연출했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공식 홍보영화 '베이징 2022'의 총감독을 맡은 바 있다. 스포츠와 인연이 많은 것 같은데, 당신은 스포츠 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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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새둥지(鸟巢)' 의 야경 

 

루추안: 나는 상당한 스포츠 팬이다.  e스포츠를 매우 좋아하고 직접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배드민턴, 탁구, 축구, 농구, 테니스, 바둑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페이스 : 영화를 연출하는 것과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연출하는 것의 유사점,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루추안: 본질적으로는 같다. 우선 개막식은 어느 정도 내러티브(줄거리)나 작품성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작품성'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시적이며 미학적인 형태 감각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또한 표현을 할 때 사치스러운 언어보단,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모두 영화 작업에서 얻은 훈련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 또한 크다. 영화제작은 하나의 산업(시스템)이긴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개인적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갖고 대본을 쓰는 것(직접 쓰든 팀을 구성해 쓰든)부터 제작과 표현의 완성까지 영화에는 작가의 영혼이 있다. 이 작가의 영혼은 사실 감독 자신이다.

 

개막식은 한 국가의 목소리나 태도,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 등을 더 많이 대변하는 대규모의 국가 행사다. 감독으로서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이 작품이 이 같은 목소리를 더욱 완전하게, 더욱 미학적으로, 더 아름답게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에 개막식은 사실상 감독의 개인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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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8일 저녁,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마지막 종합 리허설이 열렸다.

 

인터페이스: 어떻게 감독으로 선정됐나?

 

루추안: 사실 우연이다. 약 4년 전 자오창(趙强)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으로부터 아시안게임 개막식 연출을 맡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에게 당신은 누구인데, 이 일을 결정할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엔 그가 사기꾼인 줄 알았다(웃음). 그는 항저우에서 '모집 '을 하는데 관심이 있으면 참여해보라고 했다. 자격을 갖춘 팀만이 경기에 나갈 수 있으며, 아시아 조직위에서 12개 이상의 팀을 초청해 현재 시합까지 열흘 남짓 남았다는 것이다.

 

당시 급히 팀과 논의를 했는데, 우리 팀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다들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들이었다. 우리는 이미 몇 가지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해봤고, 여러 인맥을 갖고 있었기에 우수한 협력자를 선발해 18일 동안 수련회를 하고, 계획을 세워 인쇄한 후 항저우로 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 다들 일류구나" 싶었다. 경기에 참석한 사람들 중 다수는 국가 프로젝트 업계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선배들이었다. 피칭 과정은 오랜 시간 걸렸고, 운 좋게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터페이스: 첫 피치부터 개막식까지, 이번 개막식에 대한 비전은 바뀌었나?

 

루추안: 3년이 지나면서 솔직히 우리가 원래 발표했던 프로젝트 카피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컴퓨터 기술 스택과 같아서 한번 바닥으로 밀려나면 다시 생각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어느날 리허설을 하던 중 갑자기 팀원이 나에게 문서를 보내 처음 계획 했던 것을 아직 기억하는지 물어왔다. 다시 살펴보니 원래 디자인 중 상당수가 개막식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우리는 개막식을 여러 장(章)으로 나누었는데 그중 하나는 ‘다리(브리지)’라고 불렸다. 남송 왕조의 린안 시 전체에는 10,000개가 넘는 다리가 있었다. 다리는 영어로 명사일 뿐 아니라, ‘소통’을 의미하는 동사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항저우를 볼 경우 항저우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세계와 소통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외부 사람들 특히 지금의 서구 언론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일 수 있다. 항저우로 대표되는 중국은 개방적이고 관대하며, 현대적이면서도 심오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운하의 문화가 있고, 바다와 접해 있으며, 외향적이고 매우 관용적이다.

 

개막식에 대한 우리의 원래 아이디어는 첫 번째 장이 ‘송(宋)’이고 다음이 ‘다리(桥)’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여전히 이 원래 생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계획은 수없이 번복되고 거의 모든 창의적인 방향이 시도되었다. 회의와 보고가 무수히 열렸고, 창조팀은 셀 수 없이 많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런데 이틀 전의 리허설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았다. 초심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이 3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가장 충동적으로 느꼈던 것은 중국의 색깔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시아 조직위원회에 보고할 때마다 "항저우를 기반으로 중국을 표현한다.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개방성, 포용, 세계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온화한 항저우의 힘을 보여주다

 

인터페이스: 개막식을 통해 당신이 이해하는 항저우를 어떻게 표현했나?

 

루추안: 3년이 지나 나는 이미 절반은 항저우 사람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의 항저우 사람에 불과하다. 항저우에는 처음 본 곳이 대단히 많다. 수십 년, 몇 세대 동안 이곳에 살아온 항저우 사람들에게 항저우의 매력은 무엇일까? 항저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항저우 사람들이 정말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웃사이더로서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핵심을 어떻게 추려낼 수 있을까? 어떻게 작품을 통해 ‘다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항저우에 관한 홍보 영상을 많이 보았다. 그것들은 대부분 ​​항저우의 물처럼 매우 순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번의 작품은 리듬감과 박력, 운동감이 있어 매우 흥미로우며, 항저우를 표현하는 전통적 방식은 아니다.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현장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

 

인터페이스: 개막식의 줄거리는 무엇인가?

 

루추안: 처음에는 메인 스토리 라인과 심지어는 관통하는 인물(캐릭터)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렇게 하면 서사적 짐이 너무 무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레이션(해설)을 활용해서 엮는 것도 고려했지만 좀 무겁게 느껴졌다. 최종 선택은 여러 주제를 조직하는 방식의 모듈식으로 개막식을 진행하도록 했다.

 

인터페이스: 당신은 이번 개막식에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면 '다리'라고 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를 향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임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들린다. 3년 동안의 코로나 봉쇄 기간이 지난 후 이런 요구는 훨씬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

 

루추안: 그렇다. 우리는 처음 중국이 이같은 목소리를 내고 그런 신호를 보내길 바라는 강한 직관력을 가졌다. 당시에 2023년이 되면 그런 태도를 더욱 시급하게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중국은 문명국가이고, 아시안게임은 문화행사이기에 이번 문화행사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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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8일 저녁,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마지막 종합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인터페이스: 이번 점등식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 냈나?

 

루추안: 이런 유형의 모든 스포츠 행사에서 점등식은 피날레이자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다. 이는 팀이 가장 많은 고민과 수많은 시간을 투여한 결과다.

 

조명 설치 디자이너는 항저우 출신의 뛰어난 조각가 린강(林刚)인데, 도시 조각과 개인 작업을 많이 해온 분이다. 그의 조각 계획이 나오자마자  모양이 '트렌디(유행)'하기 때문에 우리 눈이 빛났다. 항저우에는 일종의 도시 문명과 도시 정신을 대표하는 유명한 전당조수(钱江潮, Qianjiang Tide)*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전당조수ㅡ전당강(钱塘江)은 중국 저장성에 위치하는 강으로 중국의 동해로 흘러들어간다. 그 입구에서 형성되는 해조가 바로 '전당조수'(钱塘潮)이며 일대 장관을 이루고 관광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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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조우의 명물 전당조수(钱江潮)

 

첫째, 조수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용감하다. 둘째는 강인함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항저우나 강남 지역은 재주꾼, 미인, 유명인사의 집산지일 뿐 아니라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 린강의 디자인 설계는 절개 부분이 매우 작고, 조수를 이미지한 것으로서 해석의 여지와 공간이 많이 담겨 있다. 점등식에선 일반적으로 불을 어떻게 쏘느냐에 집중하는데, 내 기억에 장치 자체의 변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혁신(발상의 전환)일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정신적이면서 또한 형태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형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롭고 고상한 운치에다 더 높은 문화적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점화 과정은 디지털 방식에 의해 지원된다. 항저우는 인터넷 경제의 중요한 도시로서 아름다운 녹지 풍경을 자랑할 뿐 아니라, 그 이면에는 강력한 경제, 즉 장강(長江) 삼각주가 자리잡고 있다. 결국 우리팀은 디지털 기술과 점등식을 결합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나 휴대폰으로 성화 봉송에 참여하고 '디지털 불꽃'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점등식 마지막 순간에 실제로 두 사람이 불을 밝히는데,  진짜 선수들 외에 '디지털 인물'도 있다. 이들 디지털 인물을 확대해 보면 픽셀 하나하나가 모두 실제 인물의 ID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함께 점화식에 참여했음을 상징한다.

 

인터페이스: 개막식을 연출할 때 현장에 대한 영향과 생중계 TV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도의 고려를 하나?

 

루추안: TV는 사람들에게 차분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지만 개막식에서는 소리, 빛, 전기를 사용하여 80,000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불합리한 화학 반응도 많이 있을 수 있다. 광장예술(스퀘어 아트)은 현장에 가서 직접 관람한다는 뜻인데,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오프닝 단편은 매우 잘 만들어졌다. 35개의 스크린이 현장에서 사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형성했다. 이는 대략 IMAX 극장의 대형 스크린 7개를 합쳐 절대적인 와이드 스크린을 형성한 것과 맞먹는 규모이다. 대형 스크린 주위에는 또한 4개의 작은 스크린이 있어 매우 충격적 효과를 준다. 화면은 중간 어느 순간에 갑자기 35개 스크린을 차지하면서 펼쳐지는데, 매번 리허설과 테스트를 거칠 때마다 관객들이 경탄의 소리를 질렀다.

 

개막식에는 두 개의 시청 채널이 사용된다. 하나는 생중계이고 다른 하나는 TV(약간의 시차를 두는ㅡ주)인데, 둘 다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모든 장점이 TV 앞의 청중들에게 확대돼서 보여지길 바란다. 개막식은 주로 이미지 전파 특히 인터넷 이미지 전파에 의존하는데, 시청자들이 TV와 휴대폰에서 라이브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방송팀과 긴급 협의하고 있다.

 

인터페이스: 이번 개막식에서 또 어떤 하이라이트가 있다고 생각하나?

 

루추안: 사실 볼거리가 많다. 춤과 그라운드 화면 이미지의 조합은 특히 아름답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번 그라운드 스크린 영상의 조화도 매우 발전해 영상 제작 수준이 높다. 비록 개막식은 그리 길지 않고 경제적 측면에서 시간을 단축했지만, 정말 훌륭한 예술 공연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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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8일 저녁,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의 마지막 종합 리허설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고, 이미 같은 규모의 스포츠 경기가 많이 열렸기 때문에 개막식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모두 나열하지는 못했다. 그것들은 우리가  설계했던 바지만,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은 혁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비슷한 것을 만들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후발주자로서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3. 시대, 국가, 도시마다 목소리는 다르다

 

인터페이스: 3년 동안 개막식을 준비하셨는데,  그 기간은 사실상 코로나19 사태의 기간이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1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혼란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은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루추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갑작스레 중단했던 2주간은 매우 힘들었다. 참가자 모두 언제 아시안게임이 재개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시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큰 상자에 담고 각자의 일을 해가며 재개를 기다렸다. 곧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가슴이 설랬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우리 업무에 있어 큰 곤란은 출입이었다. 주요 창조팀은 모두 베이징 출신이었는데, 한번은 항조우 공항에 내렸을 때 코로나 검색 코드가 모두 노란색(의심환자)이었다. 그날 오후 저쟝성 당 서기에게 보고 드릴 것이 있었지만, 노란색 코드로 인해 당사 건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급히 핵산(DNA) 검사를 했다. 아시안게임 덕택에 특별한 시간에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당시 고속열차 객차 전체가 비어 있어 거기에 앉아 있는 게 사실상 많이 불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30년 전 일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3년간의 전염병과 아시안게임 준비기간은 철로처럼 평행선을 이루었다.  매우 힘든 행사였고 힘든 업무 경험이었는데,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인터페이스: 이번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중 베이징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도 개최한 바 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치면 30여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중국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실제로 모든 개막식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어떤 의미에선 시대정신을 보여준다고도 한다. 항저우 아시아경기 개막식이 보여주고자 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루추안: 우리는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중국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중국과 세계가 함께 창조적이며 공생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려주고, 지구와 전세계에 중국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항저우를 주요 창구 삼아 중국인들의 웃는 모습과 따뜻한 마음을 모두 볼 수 있길 바란다.

 

이틀 전 친구가  개막식이 끝나면 곧 바로 매일의 우승 명단 시청으로 전환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중국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매번 올림픽 금메달 수를 세어 봤다.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 작업에 참가하면서 나는 또 '금메달에 각별히 신경쓰게 될까?'라고 자문해 봤다. 하지만 이젠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여러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이곳에서 잘 먹고 잘 마시고 있는지, 저쟝성 각 도시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항저우의 음식을 먹었는지, 그들이 항저우가 정말 천국*이라고 생각하며 이후 다시 돌아올까? 이런 데 더 관심을 갖고 싶다.

 

* 중국에는 옛부터 하늘에 천국이 있다면, 지상엔 수조우(苏州)와 항조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아시안게임은 스포츠의 모임이자 문화 모임으로, 모두가 함께 모여 운동경기와 도시, 시간을 즐기는 자리다. 다들 이 멋진 추억을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가 중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인터페이스: 이번 개막식에서 아쉬운 점은?

 

루추안: 이 질문은 매우 예민하다. 모든 창작물에는 후회가 있기 마련이고, 예술가와 창작자는 평생 모든 작품에서 후회를 되새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나와 우리 팀은 수정하고 다듬을 게 있으며, 이 과정은 21일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마음을 진정하고, 아쉬운 점을 이야기할 다른 기회를  갖는다면, 이에 관한 어떤 주제가 있을 것이다.

 

인터페이스: 이번 개막식에 대한 경쟁자가 있다고 생각하나?

 

루추안: 처음엔 있었지만 준비 작업이 심화됨에 따라 시대, 국가, 도시마다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8년에 우리는 우리가 얕봐서는 안 될 세력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2023년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각국의 개막식은 비교할 수 없다. 누가 더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누구의 진보가 더 맹렬하다고 해서 더 낫다는 것은 아니다. 2023년 9월 중추절 기간 현재 가장 알아야 할 중국의 모습을 우리는 전달할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직접 보고, 우리 민족의 태도를 존중하며, 국제적으로 혹은 아시아 친구들의 존중을 받고, 함께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창조하고 증진할 수 있길 바란다.

 

인터페이스 : 아시안게임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루추안: 영화 <749 사무국>이 이미 후반 작업 단계에 들어섰고 빨리 완성되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신작 한두 편 정도 제작해야 한다. 그밖에 아시안게임 때문에 미뤄졌던 무대극 '천공개우(天工开物)'도 있다.

 

<천공개우>는 송잉싱(宋应星)의 과학적 걸작인데  조니프 니덤(Joseph Needham)과 다윈(Darwin)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군이 들어오면서 금지되었지만, 북한과 일본으로 퍼져나가 그들 나라의 수공업 수준을 확실히 향상시켰다. 송잉싱은 명나라 최고의 수공예 기술을 18장에 걸쳐 기록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나는 그런 연극이 코로나10 이후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와 일치한다고 본다. 송잉싱은 시대의 역행자다. 그는 책 서두에서 "이 책은 명성, 승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이 시대와 나라를 위해, 그리고 민족을 위해 이 지식을 기록했다. 당시엔 매우 보기 드문 정신인데, 지금은 이런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2023-09-23 21:40 (현지시각)

 

(원문보기)  https://baijiahao.baidu.com/s?id=177783600424777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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