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균(노동자신문 발행인)
등록일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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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국민일보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부터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대기업은 대형 슈퍼마켓뿐 아니라 빵집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으로 골목상권 침해한 지 오래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먹고살 방도를 찾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청년들이 취직을 포기하고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정부조차 청년 창업지원이니 세제 혜택이니 하면서 이를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세 자영업자가 대기업과 경쟁이 될 리 없다. 좁아진 골목상권에서 경쟁은 제 살 파먹기가 된 지 오래다. 그러한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 두기와 영업 제한으로 매출은 급감했다. 알바 노동자보다 못 버는 사장들, 자기 인건비도 못 가져가고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점주들이 많다.

 

거기에다 건물 임대료 상승,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 세금에 경기침체까지…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들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면서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혹은 가족노동으로 겨우 버티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생계비는 어쩌고 갚아야 할 부채는 어찌할 것인가!

 

배달의 노예가 된 음식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배달시장이 활성화ㆍ일반화되었다. 배달 음식점이 너무 많이 늘어 피 터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배달’ 음식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배달비가 너무 올라 이윤이 줄었다. 지금은 쿠팡이츠와 배민원의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가 치솟았다. 단건 배달료는 6천 원이 기본이고 먼 곳은 만 원이 넘는 예도 있다. 배달 수수료가 오른 만큼 음식값에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주문금액 2만 원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를 2,500원으로 설정했을 때 점주는 중개수수료 1,360원, 배달비 3,500원(배달비는 총 6,000원 중 소비자 부담 2,500원) 등 4,860원을 내야 한다. 부가세와 결제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실제 점주가 정산받는 금액은 2만 원 중 1만4,000원 안팎이다. 배달앱 광고비, 식자재비,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와 세금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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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은 모르는 속사정"...배달요금제에 '울화통'   출처 : YTN  2024.3.8

 

그럼에도 음식값은 전반적으로 올랐고, 이는 배민이나 쿠팡이츠 같은 수익이고 피해자는 소비자와 식당업주다. 러ㆍ우전쟁 이후 식자재비까지 치솟아 이윤은 더 줄었다. 배달의 민족은 설립 당시 최초 자본금이 3,000만 원이었는데 10년 만에 매출 2조 원 회사로 성장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배민은 배달 식당 사장들의 피땀과 눈물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배민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은 우아하게 돈을 벌고 있지만 배달 식당 사장들은 배달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누가,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 것인가?

 

500만 자영업자들은 노조 같은 단체도 없고 자영업자 보호법도 없다. 노동자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 자영업자는 어떠한 권리도 없다. 영세 자영업자ㆍ가족노동에 기초한 1인 업주는 명백히 소생산자의 지위에 있다. 그러나 배달앱에 종속된 온라인 기반 노동자(플랫폼)의 처지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는 노동자 출신이거나 그 가족이 많다.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되어 명퇴나 정년퇴직해서 자영업자로 변신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취업의 길이 막혀 일찌감치 자기노동에 근거한 자영업에 뛰어든 청년도 많다.

 

엄밀히 말해서 자영업자는 소생산자(소부르주아)다. 그래서 정치적 성향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대자본과 자본주의의 중층적 모순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전략적 연대세력이다. 과거에 농민이 그러했다면, 지금은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대신에 도시빈민과 영세 자영업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자영업의 평균수명은 의료 업종을 제외하고 평균 3.7년에 불과하다. 세무서에는 수많은 업체가 폐업신고를 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사업자등록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세자본은 자본주의 경제법칙으로 인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경쟁사회이고 대자본이 중소자본과 경쟁이 불가능하고 영세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가?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말이 있다. 스스로 단결하여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우선은 배달앱 자본의 횡포에 맞서, 국가의 정책과 연동하여 스스로 단결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몰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에 눈을 돌려야 한다.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고통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최저 임금인상 반대만을 외친다면, 그것은 과녁을 잘못 잡았다. 을들 간의 대립·반목을 부추기는 자들은 바로 자본이고 그들의 정치부대자 자본독재 권력이기 때문이다.

 

AI로 표현되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온라인 매개노동(특수고용) 형태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실업과 반실업의 증가는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부추기는 조건이 된다. 생산력은 고도로 발전하고 온갖 상품이 넘쳐나지만, 노동자 민중의 처지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오직 이윤을 위해 생산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 풍요롭고 평등한 세상을 열어젖히지 않고서는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없다. 노동운동이 내부의 분할통제를 넘어 각성하고 단결하여 사회변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동시에 몰락하는 자영업자를 굳건한 동맹세력으로 굳건히 세워야 한다.

 

출처 : <노동자신문>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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