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 (통일시대 연구위원) 
등록일 : 202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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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마 연설 외에도 2023년 발다이 클럽 개막연설 및 최근 북러 정상회담 전 노동신문에 실린 기고문 등에서 미국 및 집단서방이 주장하는 ‘규칙기반 질서(The rule based order)’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다자주의에 기초한 국제법 질서‘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미서방측의 이익에 부합할 뿐인 자의적이고 애매모호한 ’규칙기반 질서‘란 그들의 초법/불법적 침략과 약탈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며 다자적 평등에 기초한 (보다 엄격한) 국제법기반 질서를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미국과 집단서방이 유엔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코소보, 이라크, 시리아에서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사태에 이르기까지 자행하여 온 온갖 불법적 침략 학살 행위에 대한 매우 지당하고 준엄한 질타이다.

 

단순히 ‘법을 지키라’는 일견 평범하고 당연하게 들리는 이말이 ‘지당하고 준엄’한 이유는 ‘‘법의 엄격한 집행’이 본래 정치사상적으로 주권자, 지배자의 담론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규칙기반 질서’란 미 당국의 정의에 따르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질서‘인데  이것은 미 제국주의 지배세력들이 구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했던 1990년대 이후 기고만장했던 미국 일극체제를 단적으로 표현했던 초법적 ‘예외주의’의 변종으로써 사실 정치, 군사, 경제, 문화 전반에 걸친 미제국주의의 쇠락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패배자의 비루한 수사이자 고백이다.

 

법의 사전적 정의는 폭력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규범인 바,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것인 반면 규칙이란 법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그 구성에 있어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여 본성상 계약적이며 따라서 관련 당사자들 간의 합의나 동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규칙기반 질서’란 몰락하는 미 제국주의가 국제사회에 동의를 구걸하는 비루한 담론이며 이런 것을 통해서라도 다극화 시대를 거슬러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해 보려는 절망적 시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예외주의가 일방적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무차별 폭격같은 초법적 무력행사에 조응하는 반면 규칙기반 질서는 오늘날 날로 쇠락해 가는 미제국주의/집단서방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기만적 시도로써 거짓 선전, 여론조작 중심의 비열한 하이브리드 전쟁에 정확히 조응한다.

 

한 마디로 국제법 질서가 갖은 보편타당성에 의해 궁지에 몰린, 한낱 특수한 규칙에 기반한 질서란 우선 기존 예속적 동맹국들을 쥐어 짜내어 ‘동의’를 탈취한 후 여전히 해소할 수 없는 특수성, 비타당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색깔 혁명 따위의 비열한 정치공작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끊임 없이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훔쳐야 가까스로 유지되는, 몰락하는 미 제국주의의 질서에 다름아니다.

 

미 제국주의자들이 힘이 있던 시절 예외주의를 표방하며 초법적 불법 침략을 일삼다가 힘이 떨어지니 변형된 불법에 불과한 ‘규칙’을 강변하며 오만한 깡패에서 비열한 양아치로 전락하는 가운데 정규전 전력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기반으로 당당히 국제법 준수를 주장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은 명암처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근래 미국이 산업 전반에 걸쳐 대 중국 열세에 놓이게 되자 별안간 오랜 세월 유지해 왔던 자유무역주의에 기초한 국제상법을 내 팽개치고 보복관세에 몰두하자 중국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대하여 자유무역주의 원칙 준수를 촉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 네이버 블로그 쓸데없는생각연구소 '독일 영년 에드문드'
© 네이버 블로그 쓸데없는생각연구소 '독일 영년 에드문드'
 

 

이제 오만한 예외주의에서 거짓 선전 여론조작에 이르는 저들의 범죄적 만행의 역사적 기원,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영화 ‘독일 영년’의 불쌍한 주인공 어린 에드문드를 비극적 죽음으로 몰아갔던 정치, 사상적 ‘교사범’들의 계보와 역사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영화속에서 교육이라곤 매우 짧았던 나치소년단 훈련이 전부이고 극심한 빈곤속에서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놓인 어린 주인공에게 니체-히틀러 풍의 개똥철학을 떠들어 급기야 패륜적 존속살인으로 내 몰았던 자는 별볼일 없는 나치잔당 실업자였지만 그 개똥철학의 궁극적 원천은 히틀러에게 부역했던 당대 유럽의 최고 지성들이었다. 

 

그들 중 오늘날 전 세계를 제 3차 대전 위기로 몰고가는 데 광분하고있는 미 네오콘의 정신적 지주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와 그의 스승 칼 슈미트(Carl Schmitt)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관련 자료에 의하면 정치사상 그룹으로써 네오콘의 창시자는 어빙 크리스톨(Irving Kristol)이다 그의 아들 빌 크리스톨은 화학무기 증거조작으로 악명 높은 2001년 이라크 전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위클리 스탠다드의 발행인이다.

 

1940년대 유대계 청년 좌파들의 거점이었던 뉴욕시립대에서 친스탈린 그룹에서 활동하던 어빙 크리스톨은 트로츠키파로 전향한 후 극단적인 반쏘주의자가 된다. 

 

그후 그는 1940년대 독일에서 나치 부역 혐의가 짙은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와 칼 슈미트를 사사하였으나 유대인 혈통으로 인하여 부역 기회를 갖지 못하여 미국으로 이주한 후 시카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오늘날 4세대에 이른 미 네오콘 무리들의 정치사상적 원천을 제공한 레오 스트라우스 영향을 받으며 1953 년 미 CIA의 자금 지원을 받던 파필드 재단의 기관지 ‘Encounter’ , 1965 년 극우보수지 ‘Public Interest’를 창간하였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젊은 시절 니체를 읽고 ‘신이 죽은 세상’에 사회정의 구현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깊은 회의에 빠진 허무주의자였다고 한다. 

 

그의 사상의 기본 전제는 니체적 무신론과 홉스주의적 아노미 상태(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며 이러한 사태에 대응으로써 레오 스트라우스는 플라톤의 엘리트주의와 칼 슈미트의 정치신학을 혼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정치사상을 정립한다.

 

특히 칼 슈미트의 제자가 되어 그 악명 높은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이다(‘정치신학’, 칼 슈미트)” 에 큰 영감을 받아 그의 지대한 영향하에 자신의 기본 사상적 골격을 정립하였는데 유대인으로서 나치 부역 기회를 갖지 못하자 미국으로 이주를 권유한 것도 칼 슈미트였다. 이것이 훗날 미네오콘 세력들의 예외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불문가지이다.

 

칼 슈미트는 유명한 ’정치와 정치적인 것의 구분‘, ’적과 동지의 구분‘을 정치적인 것의 핵심개념으로 정의하며 외부의 적(당시에는 유대인)을 설정하여 독일 민족의 단결을 도모하고 히틀러 영구독재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참고로 국내에선 박정희의 유신 구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당시 법기술자들의 주된 법이론적 토대도 칼 슈미트였다고 한다.

 

국내외 일부 진보학자들도 칼 슈미트의 정치신학, 특히 그의 신학적 결단주의, 정치적 현실주의에 관심을 갖은 바 있으나 그의 사유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훗날에는 히틀러의 법기술자들에게조차 부담이 되었다고한다.

 

이 글에선 그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고 아래 몇가지 점들만 지적하기로 한다.

 

우선 그가 당시 염두에 두었던 독일국민 공동체의 ’적‘이란 바쿠닌류의 무정부주의자였는데 훗날 이것은 그 후계자들의 의하여 반쏘(어빙 크리스톨), 악의 축(빌 크리스톨)을 거쳐 오늘날 이른바 미서방의 ‘규칙기반 질서’에 저항하는 북,중,러,이란, 시리아.. 등으로 변모하였다.

 

그의 사상체계에서 ‘외부의 적’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하여 무조건 존재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의 현실을 보면 그 외부의 적은 절대 다수 미국 민중들의 공동체가 아닌 군산복합체와 그에 기생하는 기생충집단들의 적이다. 미국 국민공동체의 진정한 적은 세금을 전쟁으로 탕진하고 민중들을 전쟁과 테러로 몰아넣은 미 전쟁세력 그 자신일 뿐이다.

 

그리고 그의 ‘주권자 예외주의론’은 미 레이건 행정부에 진출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했던 미 네오콘 세력들이 구 쏘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 이후 미 대외정책의 일시적 공백시기에 급격한 이윤율 하락에 곤경에 빠진 미군산복합체들과 공모하여 고안해 낸 ‘영구전쟁론(The perpetual warfare)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또한 칼 슈미트가 종교적 수준의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했던 헌법학자란 점에서 오늘날 미 당국이 주장하는 ‘규칙기반 질서’란 힘과 명분에 있어서 열세에 놓인 패배자의 넋두리에 불과하며  4세대에 이른 현역 네오콘들은 자신의 사상적 조상이 창안했던 원칙마저 거스르며 군산복합체에 기생하며 욕망을 추구하는 기생충들로 타락하였음을 보여준다.

 

최근 유투브에서 소위 ‘역사의 종말:사회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승리’로 유명세를 탔던 일본계 미국인 네오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네오나치 집단 아조프민병대 성원들과 나치 찬양가를 합창하는 장면울 보면 이들의 타락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전 CIA 출신으로 빅터 차와 함께 한국계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수미 테리가 미 FBI 조사를 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알제리 사상가 프란츠 파농이 지금 살아있다면 주저없이 이들을 ‘노랑 가면, 흰 얼굴’의 정신질환자들로 불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저들의 사상적 원천을 정초하였던 주요 인물들의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면모를 고려하건데 이들 검은 머리 동양계 네오콘 하수인들이 입신출세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얼마 전 G7 회의에서 ‘규칙기반 질서’ 를 목청 높여 외치던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레오 스트라우스의 또 다른 사상적 원천은 플라톤인데 그의 정치적 엘리트주의에 기반하여 이른바 ‘고상한 거짓말’ 이론을 고안해 내었다.

 

‘고상한 거짓말’이란 사실상 세상에는 진리나 정의 따위는 없는데 그러한 사실을 무지몽매한 민중들이 간파하면 세상은 무정부상태가 될 것인 바 정치가는 ‘고상한 거짓말’을 통하여 민중들을 통치해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레오 스트라우스는 세속정치와 신학적 가치를 구분했던 마키아벨리마저 나이브하다고 비판하며 ‘고상한 거짓말’의 수준을 신념/가치의 체계로 고양시켜야한다고 주장하여 오늘날 종교, 학계, 언론 전반에 걸친 극우반동화 및 하이브리드 전쟁교리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현대 서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현실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일부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나름 탁월한 사상가로 인정되는 흐름이 있는데 필자의 생각엔 그저 문명과 민중의 각성 수준이 낮았던 고대 노예제 시대의 철학자 플라톤의 민중 멸시 사상과 ‘현대 법학의 주요 개념들은 세속화된 신학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특정한 종교적 편견을 신념화한 보수 법학자 슈미트가 뒤섞인 희대의 대량학살 교사범일 뿐이다.

 

영화 독일영년의 어린 주인공을 패륜적 살인으로 내몬 얼치기 나치잔당 실업자의 개똥철학은 단 한명의 희생자를 내었지만 이 자는 근 한세기에 걸쳐 전 지구적으로 이루 헤아릴 수없는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으니 어찌 달리 부르겠는가?

 

아감벤(Giorgio Agamben)은 그의 저서 <언어의 성사>에서 <맹세>라는 언어 형식에 주목했다.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분명치 않았던 고대 사회의 봉헌성사(Sacramentum)에선 맹세의례가 있었는데 신에게 “아직은 이루어 지지 않은” 말을 봉헌 하는 것으로써 맹세란 곧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표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맹세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폭력을 수반한 저주가 뒤따랐는데 이것은 곧 고대법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대법의 기원적 역사를 참고하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를 준 안보협력 기구로 발전시키며 국제법 질서 준수를 주장하는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자주적 국제법/질서가 임박한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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