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 “돈 쓸어 담기가 참 쉬웠어요”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6호> 2020. 12.22
등록일 : 2023.01.19

[편집자 주 : 앞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한국 재벌의 구조적 문제인 ‘총수지분 축소’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재벌체제가 얼마만큼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극소수 총수일가만을 살찌우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앞서 재벌의 ‘총수지분 축소’ 문제를 다루었더니, 자칫 일각에선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현행 상속세를 완화시켜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 힘’과 전경련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실제 그런 주장을 한다. 이는 본 기획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엉뚱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재벌경영은 오직 극소수 총수일가만을 위한 ‘시대착오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통해 총수재산 얼마나 늘었나?

 

재벌경영은 우선 현대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 성과물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그 상당부분을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로 이전시킨다. 이것은 원래 현대차의 영업이익으로 잡혀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컨대 현대차가 납품받는 현대제철의 열연강판이 그 보다 질 좋은 포스코 냉연 강판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구입된다거나, 현대글로비스의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고로 다른 물류회사의 이윤율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에서 볼 수 있듯, 원가와 물류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열사로 유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수치는 어느 정도나 될까?
마침 참고할 만한 통계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회사 기회 유용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 증식 6차보고서(2016년)>를 통해 발표한 자료이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재벌 가운데 분석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포스코,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8대 재벌그룹 31개회사 65명 총수 가족이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부의 증가액은 무려 26조21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지분 취득 시의 금액은 4,756억원이었는데, 단순수익률로 계산하자면 무려 5,512%에 이른다!! 그중 1위를 차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애버랜드와 삼성SDS 초기투자금 264억원으로 7조3490억원의 차익을 얻어 20년 만에 수익률 2만7747%를 올렸다. 3위를 차지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그보다는 조금 낮지만, 430억원을 투자해 3조6393억원의 재산을 증식시켜 8,452%의 훌륭한(?)수익률을 기록했다.(참고로 2위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이 일감몰아주기로 번 돈은 현대차 정규직 평균연봉 9400만원(2016년 기준)인 노동자가 1만 8716년을 근무해야 벌수 있는 돈이다! 그가 대략 15년 만에 벌어들인 돈이 현대차에 다니는 전체 조합원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것이다.
위의 금액은 재벌 총수일가의 ▲현재 보유중인 주식의 장부상 평가차익 ▲그동안 받은 배당금 ▲중간에 처분한 주식매각 차액을 더해 얻은 것이다. 때문에 아직 모두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아니다. 하지만 총수일가는 일단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이상 알토란같은 현금을 매년 꼬박꼬박 챙길 수 있으며, 그 통로는 무궁무진하다.  

 

-통로(1): 천문학적인 ‘주식배당금’

 

여기서 주식배당금은 현대차•기아차 등 주력기업과 계열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등 9개 상장계열사와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35개 비상장 계열사로 구성되어 있다. 정씨 부자는 이들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식으로 앞서의 일감몰아주기 특혜로 빼돌린 이윤을 실제 현금화 시킨다. 경영권을 장악한 총수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자기 뜻대로 고액의 주식배당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표1은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 부자가 2000년~2019년 기간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아간 배당금 액수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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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배당금 집계는 매년 그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주로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상장사로부터 받은 액수를 기준으로 하였는데, 어느 해는 일부 비상장사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만약 모든 비상장 계열사를 완전히 포함할 경우 배당금 액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의 무미건조함을 피하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인 비교를 해보자. 위 도표 중 2010년~2012년 3년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배당금으로 챙겨간 돈은 2,250억원이었다. 이것은 당시 현대차 내 뜨거운 쟁점이었던 불법파견 판정과 관련하여,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사내하청 노동자(평균연봉 3500만원) 6,428명의 1년 간 연봉에 해당된다. 이 두 사람이 2000년부터 20년간 현대차그룹에서 챙겨간 배당액은 총 1조 1500억 원을 상회한다. 
표1의 내역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경우, 정의선 회장은 2010년 상장사에서 118억 원, 비상장 계열사에서 그보다 많은 181억 원의 배당소득을 올렸다. 특히 비상장사 엠코에서 125억 원을 배당 받았다는데, 당기순이익 673억 원인 엠코가 그 74%에 해당하는 500억 원의 배당을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총수일가와 관련된 지분을 참고로 보면, 정의선(25.6%), 글로비스(24.96%), 정몽구(10%)이었다. 현대엠코 배당의 43%는 결국 정회장 부자에게로 돌아간 셈이다.(현대글로비스의 두 사람 지분 30%를 감안했다) 심지어 현대엠코는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 447억보다 더 많은 500억원을 배당에 썼다! 
비상장 계열사 중 현대엠코가 총수일가의 현대차로부터의 주요한 이윤 이전 통로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현대엠코는 2010년 매출액의 57%인 7,119억 원, 2009년에는 그 74%인 7,996억 원을 현대차와 같은 특수 관계회사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심각한 것은, 현대차가 최근 영업이익률이 해마다 꾸준히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반대로 날로 높아지는데 있다(표2 참조). 예컨대 2017년 영업이익률이 4.7%로 내려와 겨우 국제 평균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음에도, 이듬해 실시된 배당률은 70.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수일가는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쁘고, 위기의식이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영업이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2%대로 떨어져 최악이었음에도, 이듬해인 2019년 배당성향은 35%로 여전히 상당히 높았다. 이러고도 경영이 어렵다느니, 연구개발에 투자할 재원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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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2): 고액의 총수연봉, “내 임금은 내가 정한다”

 

재벌총수가 되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스스로 고액의 연봉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몫 또한 매우 짭짤한데, 아래 표3은 2011년 이후 정몽구•정의선 회장 부자가 받은 연봉을 현대차 정규직의 평균연봉과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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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총수’ 직책은 상법상에는 없는 명예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의 임금은 자신들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그룹 내 주력사와 수많은 계열사의 ‘이사’ 직책으로부터 나온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최근 몇 년간 두문불출하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 이들이 실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사’ 감투를 쓰는 것만으로도 고액의 연봉을 꼬박꼬박 챙겨갈 수 있다. 
표3에서 보듯, 그들이 받아가는 연봉은 한해 2,220시간(2013년 기준)씩 일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수백 배에 달한다. 예컨대 2014년 정몽구 회장의 연봉은 215억 7천만원이었는데, 이는 당시 현대차 정규직 평균연봉 9600만원의 224배이었다. 시급으로 따지자면 740만원인 셈인데, 이는 당시 최저임금인 5,210원의 1,420배에 달했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도 동종업종인 도요타자동차 아키오회장의 연봉(3억5,200만 엔, 31억5천만 원) 보다 거의 7배나 많았다. 한국 ‘재벌총수’ 자리는 앉기만 해도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좋은 자리임에 틀림없다! 

 

-재벌경영 극복 못하면 현대차그룹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에선 이렇듯 일단 재벌총수가 되기만 하면 땅 짓고 헤엄치듯 돈 벌기가 쉬워진다. 일감 몰아주기, 천문학적인 주식배당, 스스로 정하는 고액연봉 등을 통해 마치 돈을 쓸어 담듯 가져간다. 그러니 재벌들이 재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검찰 등 정치권력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공들여 키우는데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처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대신 죽어나는 것은 노동자와 서민들이다. 수많은 하청 부품사 노동자들,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포함한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민중들이 저들의 끝없는 탐욕 앞에 신음하게 되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질 미래차 경쟁을 생각할 때, 재벌경영을 극복치 못하는 한 현대차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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