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 현대모비스 - ‘정규직 제로공장’을 통한 이윤극대화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7호> 2021. 1.26
등록일 : 2023.01.19

[편집자 주: ‘현대차 2025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략, 그리고 전기차 전용라인 도입으로 인한 친환경차 비중의 확대는 사측의 모듈화와 외주화 동기를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4개 사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몇 차례 기획연재하기로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 그룹을 지배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요한 중추회사 중 하나로 동력 계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고부가가치 부품을 도맡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정몽구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매개로 하여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은 현대정공이다. 현대자동차를 장악하고 있던 정세영 회장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고 정주영 회장은 중복투자를 감수하고 당시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정공이 완성차 사업 분야에 진출하도록 허락하였다. 이후 현대정공은 1999년 8월 1일자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여 자동차 생산사업부를 현대자동차에 넘겼으며, 이것은 현재의 5공장이 되었다. 그 대신 현대정공은 현대자동차의 부품물류를 담당하던 부품사업부를 양도받아 전문 자동차부품 물류회사로 변모하였다. 2000년 왕자의 난으로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오면서 법인 명칭을 현대모비스로 바꾸었다. 
현대모비스는 설립이후 20년 만에 매출 38조(2019년 기준)의 세계 7위 글로벌 부품회사로 성장하였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납품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율은  두 회사보다 더 높을 정도로 알짜배기 회사로서 주식시장의 촉망을 받고 있다.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도 현대차의 1.5배가 넘는다. (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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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이렇듯 빠른 성장을 이룬 원인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일감몰아주기’다. 원래 현대차에 귀속되어야 할 막대한 이윤을 빼돌린 데 기인한다. 둘째는 하청 부품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한데 따른 것이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서는 앞서 다룬바 있기 때문에, 여기선 주로 비정규직문제에 맞춰 살펴보기로 한다. 

 

주요 사업과 사업장 


먼저 현대모비스의 생산공장의 주요사업을 보면, 크게 모듈사업과 AS부품사업으로 나누어진다. 모듈생산 공장으로 울산, 아산, 광주, 이화, 서산, 안양공장 등이 있으며, AS 부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김천, 진천, 포승, 창원, 천안, 충주공장 등이 있다. 또한 물류사업으로 부품사업소 22개, 울산, 경주, 아산 등에 5개의 부품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서열 생산방식(JIS)과 노동조건 


현대모비스의 직서열 생산방식(JIS)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있게 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화성공장(이화공장)의 사례를 들어 보면, 운전석모듈과 섀시모듈을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완성된 모듈은 이화공장에서 3.5킬로미터 떨어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조립라인에 투입된다. 기아자동차에서 주문을 하면 그 공장 조립라인 앞에 도착하기까지 당일 배송도 아닌 딱 83분이 소요된다. 이 같은 기적이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편차 관리’에 있다.
소위 ‘편차’란 기아자동차에서 주문한 자동차모듈이 그 공장의 조립라인에 도착하기까지 몇 개가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숫자다. 현대모비스 이화공장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편차가 특정 수치를 넘어서면 기아자동차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때 납품을 못해 기아차 공장이 단 1분이라도 멈추게 되면, 해당 협력사는 벌금을 100만원 가까이를 물어야 한다. 따라서 편차는 이화공장의 ‘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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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과 노동조합의 결성

 

현대모비스의 생산공장 12개 중 정규직 중심의 공장은 금속노조 창원지회와 진천공장의 한국노총 현대모비스노동조합 2군데 뿐이다. 이외의 공장은 극히 일부의 관리직을 제외하면 생산현장에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울산공장 비정규직 비율은 84.5%, 화성 95%, 아산 95%, 서산 93%로 거의 ‘정규직 제로’ 회사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이들이 직접 하는 말을 들어보자.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일에 밀려 늘 쫓깁니다" 
"청소하러 여기 왔나 싶죠. 청소 좀 그만하고 쉴 땐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려울 때는 싸고 싶어요. 눈치 안 보고 화장실 좀 갔으면 좋겠어요." 
소위 세계 7위라는 최첨단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화성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전하는 사연이다. 편차와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서 협력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노동자 괴롭히기다. 정확하게, 빠르게 생산하라지만 일할 사람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항상 일손이 빠듯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임신 중인 아내가 배가 아파와도 연차를 쓸 수가 없다. “아파도 일단 출근해서 버텨보고 안되겠으면 약을 먹고 버텨보고, 그러다 이왕 한 거 마지막 타임까지 끝내고 퇴근하기 일쑤다.” (화성지회 조합원) 이러한 사정은 아산, 서산, 충주, 울산... 현대모비스 직서열 생산체계 하의 대부분 사업장의 공통된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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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저항이 없을 수 없다. 2017년 5월 27일 현대모비스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화성지회 설립이 신호탄이 되었다. 이후 아산지회, 광주지회 등 우후죽순처럼 전국의 현대모비스 사업장에 노조들이 속속 설립되었다.(표2 참조)
자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전기차 생산 관련한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해 ‘그린’을 ‘친환경’을 넘어 ‘무노조’라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한다.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오민규 정책위원에 따르면, 완성차 기업들은 생산 중심을 완성차 공장에서 외부 핵심부품사로 빼내는 중이며, “20여 년 전부터 자본은 완성차에서 자동차 껍데기만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의 이 같은 ‘청정화(그린뉴딜)’ 계획과 ‘무노조’ 음모도, 앞서 보았듯이 비정규직노동자의 노조결성으로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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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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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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