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12호> 2021. 6.22
등록일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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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7월9 일  이한열열사 장례식날   연세대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향하는 운구행렬을 따르는 사람들로 가득찬  아현동 고가도로

 

6월 항쟁은 한국 사회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1987년 6월 항쟁은 군사독재가 종식을 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민주주의의 이념과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7월과 8월, 9월의 노동자 대투쟁이 폭발하여 향후 노동운동은 학생운동을 대체하면서 전체 사회운동을 이끌게 된다.

 

술렁이는 노동 현장

 

6월 항쟁은 울산에서도 타올랐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참여 속에 울산 시내에서 연일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했을 뿐, 현장에선 아직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관리자들은 시내에 나갔다가 경찰에 끌려가면 해고되니 절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노동자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독재 타도, 호헌 철폐”를 외쳐보기도 하고, 몇몇이 짝을 지어 집회에 참여하는 등 개별적인 행동에 머물렀다.
“6.29 선언을 딱! 하니까, 텔레비전 계속 보여준 거 아니에요. 노태우가 발표하는 걸 보고, 그 뒤부터 사람들이 입을 떼기 시작하더라고. 이건 국민들이 이겼다고 보는 거죠.”(현자노조 20년사)
 

이때부터 노동자들도 본격적으로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항복하고 직선제를 받아들인 사실은, 그동안 억압적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노동자들의 생각을 확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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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울산노동자  군단.

 

 현대차 노조결성이 시작되다.

 

이 무렵 현대자동차에는 노동자 독서회가 있었는데, 이상범, 하인규, 전한수, 금효섭, 김동철 등 5인이 중심에 섰다. 이들은 <노동법>,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네루, 간디의 전기 등을 읽으면서 노동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해 눈을 떠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7월 5일 현대엔진 노동자들이 한발 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현대엔진 노조 결성 소식은 현대차 노동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모이면 노조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7월 24일 저녁 6시 15평 새마을아파트 이상범의 집에서 발기인 45인, 현대엔진노조 임원 3명 등이 모였다. 그날 울산성당에서는 장명국의 강연회가 있었는데, 회사의 모든 관심이 거기로 집중된 틈을 타서 강연회에 참석하는 척하면서 아파트에 모여 노조설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했다. 
사측도 이날 오후 뒤늦게 정보를 듣고 노사협의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시청 옆 향촌회관에서 졸속으로 결성대회를 열고 한발 앞서 설립신고서를 시청에 접수한다. 그러나 다음날 보고대회 때 현장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무력화되었으며, 9월1일 18,950명의 조합원을 투표권자로 하는 선거를 치르게 된다.

새로운 격변의 정세는 노동자들이 준비해야 

노동 현장이 뒤바뀌기 위해선 6월 항쟁과 같은 커다란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수많은 통로를 통해서 자본주의 모순이 가장 중첩된 노동 현장에도 반드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항상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앞으로 정치세력화를 통해 직접 정치정세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교훈은 외부적 조건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주체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당시 ‘5인 학습모임’이 결성되어 있지 않았다면 현대차의 노조설립은 훨씬 늦춰졌거나, 혹은 선수를 친 어용 세력에 밀려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을 수도 있다. 아직 어두운 시기에 남들보다 앞서서 새벽을 준비하는 주체들이 있었기에, 현대차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노조결성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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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8월27일 현자노조 제1대 임원선거 유세 장면. (현자노조 20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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