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장민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등록일 : 2023.03.07

미국 대선과 우크라전쟁-2.jpg


지난 2월 13일 미국 하원 공화당 강경파 10명의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러우전쟁)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과 평화협정 촉구하는 '우크라이나 피로 결의안'(Ukraine Fatigue Resolution)을 하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무기지원 중단이고 평화협정의 구체적인 조건이 없다. 이는 베트남처럼 미국이 러-우 전쟁에서 발을 빼서 우크라이나에게 굴욕적인 평화협정을 유도하려는 의도이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 24일 미국 민주당 내 의회진보모임 소속 하원의원 30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휴전을 요구하는 서신을 공개적으로 보냈다. 다음날 백악관이 대변인을 통해 “휴전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며, 푸틴이 침공을 멈추면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서신을 보낸 의원들은 “과거에 공개서신을 검토했지만 최종결정을 하지 않은 서신을 실무자가 잘못 보낸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이미 작년 중간 선거부터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안 쓴다.”고 공언하는 등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지금처럼 우크라이나를 무조건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고 조건부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 의원이 과반수이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중단 요구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원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예산에 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의 상원 의원 2명만 협상에 찬성하면 협상론이 과반을 넘는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재선됐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해왔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등 바이든 가족의 우크라이나 비리 커넥션에 대해 공격해왔다. 따라서 아직은 수면 밑에서 잠자고 있는 전쟁 중단론이 올 하반기부터 대선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내 대선주자로서 트럼프의 강력한 경쟁자인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 보다 더 강경한 전쟁옹호론자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나다시피 철수하여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를 약 잡아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반기에 디샌티스 주지사를 상대로 러-우 전쟁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전쟁 중단에 대한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화당이 전쟁 중단으로 당론을 일찍 정하면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가 유리해진다.


트럼프에 맞서는 민주당의 대선주자는 바이든 현 대통령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서 공개선언만 남았다. 고령 문제가 있지만 재선 출마는 바이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국의 정치 관례를 보면 현 대통령의 재선 출마는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일종의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973년부터 상원과 부통령을 역임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재선에 미련이 없을 수 있다. 즉 재선에 출마하되 낙선을 각오하고 러시아에게 전략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소모전을 고집할 수 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중동전쟁에서 보듯이 러시아가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장기전의 늪에 빠지면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에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어렵고 푸틴 체제의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원한다면 늦어도 하반기에 휴전을 제안하고 1차로 휴전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 공화당이 당론으로 휴전을 결정하면 대선 중에 최소한 실질적인 협상이 진전돼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쟁점으로 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인명 피해는 적으나 경제적 피해는 베트남 전쟁이나 중동전쟁 보다 심각하다. 


미국은 석유와 가스를 수출할 정도로 생산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국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등 동맹국에 러시아산 에너지 대신 자국의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수요 증가로 가격이 폭등했다. 나아가 러-우 전쟁의 여파로 중-러에 대한 경제봉쇄의 일환으로 값싼 중-러 원자재와 제품을 차단하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1월 기준으로 미국의 물가는 6.4% 폭등한 상태이다. 나아가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가계부채의 부담이 커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이 러-우 전쟁을 중단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금, 물가 폭등과 고금리 등이 지속되기 때문에 미국의 전쟁피로도가 심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민의 전쟁에 대한 여론은 초기에 애국주의 때문에 대통령의 전쟁 정책을 지지하지만, 재정적자와 인명 피해가 커지면 점차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결국 대선에서 전쟁 중단을 외치는 후보가 당선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올 여름 이후 러-우전쟁을 쟁점으로 삼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휴전을 앞두고 이미 예상하고 있는 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협상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반기에 격전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미국 대선이 시작되는 하반기엔 최소한 휴전을 준비하는 소강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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